◎취미관련 전문잡지 창간 물결/‘마니아·초보자 함께 충족’ 고충비트겐슈타인과 브레히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탐정소설을 좋아했다는 것. 비트겐슈타인은 「스트리트 앤드 스미스」라는 미국의 탐정잡지를 즐겨 읽었다고 한다. 「월간 탐정」이라는 잡지가 있다면 아마 정기구독자 명단에는 그 두 사람의 이름이 올라있을 것이다.
90년대 들어 여가생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종 취미 관련 전문잡지들이 속속 창간되고 있다. 12월 들어서만도 「볼링 코리아」, 「태권도」가 창간되었다. 등산, 바둑, 테니스, 골프 관련 잡지들은 이미 고정적인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새롭게 레저 종목으로 각광받고 있는 모터싸이클, 프라모델과 무선모형 조립, 스킨스쿠버 관련 잡지 등도 나와있다. 「오토바이크」, 「취미가」, 「플래툰」, 「모델러 2000」, 「무선모형」, 「잠수」가 그것.
91년 프라모델 전문잡지로 출발한 「취미가」는 현재 2만5,000부를 발행하고 있는데 94년에는 서바이벌 게임과 밀리터리 아이템 콜렉션을 특화해 군사 전문잡지 「플래툰」이라는 잡지를 내놓기도 했다.
월간 「오토바이크」의 경우 국내 유일의 모터사이클 전문잡지로 93년 창간되어 현재 발행부수가 3만부에 이르고 있다. 주요 독자층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오토바이광들. 할리데이비슨 동호회 「모닝 캄」, 혼다 모델 골드 윙 동호회 「골드 윙」과 컴퓨터 통신 하이텔의 「바쿠둘」 등 동호회도 여럿 있다.
취미 관련 전문잡지들은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못하고 있어 부침이 심한 편이다. 그리고 일단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비슷한 성격의 잡지들이 무분별하게 나와서 나름의 소신을 갖고 잡지를 만들어온 사람들이 타격을 받는 일도 많다고 한다.
전문잡지라고 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야구 선수가 야구 잡지를 만들지는 않는다. 잡지를 만드는 건 또다른 문제다. 어떻게 전문성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볼링 코리아」 편집장 이환모씨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잡지들의 주요 독자층인 마니아들의 욕구를 어떻게 반영하느냐도 문제이다.
『마니아들은 보다 수준높은 내용을 원한다. 그러나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초심자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바란다. 마니아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면서 초심자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 전문잡지들이 갖고있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취미가」 편집장 이대영씨는 말한다. 전문잡지도 수준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좀더 분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문잡지들은 문화의 다양성과 일상영역의 확대라는 90년대의 특징적인 문화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관심과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어느 분야에든 마니아를 자처하는 이들이 등장하고 있고, 그들의 욕구를 채워줄 전문 잡지들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준높고 다양한 매체는 한 사회의 문화 수준을 한차원 높인다는 의미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김미경 기자>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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