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굴지의 모피의류업체 「사가 퍼스」가 올가을 베이징(북경)의 「차이나 월드 호텔」에서 열었던 모피옷 패션쇼는 중국 각지에서 몰려든 4,000여명의 의류 거래상들로 문전성시였다. 밍크코트 한 점이 4만3,800위안(약 438만원)에 이르는 등 출품작들은 엄청나게 비쌌지만 거래상들은 값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약하기에 바빴다.이같은 모피의류 바람은 중국에 불어닥친 과소비 풍조의 한 예에 불과하다. 사가 퍼스측은 고도성장 지역인 중국 연안경제특구의 6억 인구중 2%가 자사제품과 같은 고가품을 살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열풍은 그러나 동남아 지역에 비하면 뒤늦게 분 것이다. 동남아 외제·사치품 시장은 이미 한국 못지않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라 지갑이 두툼해진 중산층이 다투어 시장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영국 투자자문회사 모건 스탠리의 한 분석가는 최근 『동남아 사치품 시장규모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일본시장을 따돌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지역은 80년대 일본에 불었던 소비풍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동남아는 현재 세계 사치품 산업의 추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라다 등 유명 브랜드를 생산하는 이탈리아 패션업체 IPI는 아시아 지역 내년 매출을 4억3,000만달러로 잡고 있다. 이것은 올해 예상 매출액보다 60%가 늘어난 것이다. 프랑스 고가품 제조업체 연합인 콜베르 커미티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긴 마찬가지. 콜베르의 지난해 아시아 지역 수출은 24억달러에 달해 지난 10년간 34.8% 증가했다.
소비는 고급의류와 장식품에 그치지 않는다. 예술품 골동품 금가공품 여행상품 등도 없어 못 팔 지경이다. 뉴욕 크리스티사는 올해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2차례의 동남아 예술품 경매로 840만달러를 거머쥐었다. 소더비사도 10월 처음 개최한 동남아 현지 경매에서 270만달러의 매상을 올렸다.
태국에서는 순금 장신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4,000여개의 보석상들이 성업중인 태국은 최근 수년간 매년 125톤의 금을 수입하고 있다. 호주도 아시아 지역 과소비의 주요 수혜국. 지난해 호주는 372만명의 관광객을 유치, 110억달러를 벌어들였는데 관광객 중 160만명이 아시아에서 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과소비 행태가 최근의 엔저 현상에 힘입었지만 더 큰 이유는 신흥공업지역(NIES) 중산층의 「과시적 소비성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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