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거리를 휩쓴 단순… 노출… 힙합의 물결/미니멀리즘 주된 흐름속 바지·핫팬츠 등 ‘다양한 풍경’/한여름 부츠 등장 계절파괴도「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올해는 단순한 멋에 눈을 뜬 해라고 할 수 있다. 60∼70년대 복고풍이라는 양념을 살짝 친 미니멀리즘의 세계적인 패션조류가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와 맞물려 국내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유니폼 느낌의 간결하고 날씬한 팬츠수트를 비롯 갈색과 녹색의 기하학적 무늬, 나일론 가방 등 이탈리아 프라다와 구치 스타일을 흉내낸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두드러졌던 새로운 움직임으로는 바지의 일상복 정착과 패션화. 바지가 10대부터 직장여성, 부인층까지 전세대에 걸쳐 유행을 호흡하는 차림으로 인기를 끌었다. 남성복 느낌의 매니시 팬츠수트를 비롯 블랙진 나팔바지 힙합바지 좁은 바지 등 다채로운 스타일들이 한해 내내 거리와 매장을 휩쓸었다.
젊은 세대들의 거리낌 없는 패션관을 보여준 노출패션도 화제였다. 한여름 도심거리는 가는 어깨끈으로 어깨와 등을 드러낸 상의와 원피스, 핫팬츠 차림으로 활보하는 젊은 여성들로 피서지를 방불케 했다. 노출이 심한 차림을 보완해주는 소품으로 웨스턴부츠를 비롯한 부츠가 유행, 패션에서 계절파괴 현상을 선도했다.
10대와 20대의 패션이 분명하게 갈라선 것도 두드러졌던 현상이다. 특히 10대들은 남녀 구분없이 같은 스타일을 즐겼으며 TV인기 댄스그룹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았다.
올해 10대들 사이에 유니폼처럼 선풍적인 붐을 일으킨 것은 힙합스타일. 허리춤이 엉거주춤 내려오고 바지 밑단이 땅에 질질 끌리게 입는 힙합바지에 벨트도 무릎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자기 발보다 몇 사이즈 큰 「뚜벅이 구두」를 신은 차림은 학교의 간섭이 덜한 여름방학에 절정을 이루었다. 배낭이나 좋아하는 청바지 브랜드명이 크게 쓰여진 가방도 이들의 필수품이었다.
유행과 실용성의 매력을 두루 갖춘 프라다풍의 나일론 핸드백과 패딩옷도 매장과 거리에서 연중 인기를 끌었다.
또하나 특징은 중장년층에게도 매스컴의 영향이 커진 것. 과거에는 청소년들이나 연예인들의 패션을 흉내냈지만 최근에는 직장인들 사이에 푸른색의 「유동근 셔츠」가 유행하고 「황신혜 핸드백, 머리핀」이 인기를 끌었다.<박희자 기자>박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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