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에 부산 경남 전무 지역안배 흔적/통산장관 경질 부처안팎 불협화음설「12·20개각」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김영삼 대통령 특유의 철저한 보안속에서 이루어졌다. 윤여준 청와대대변인도 이날 상오 10시30분께 김대통령으로부터 인선내용을 구술받고 내려와 민정수석실로부터 신임장관의 약력 등 자료를 넘겨받는데 무려 40여분이나 걸렸다. 이는 대통령에 대한 인사자료를 보고하는 민정수석실에서도 사전에 챙기지 않았던 사람들이 발탁되었기 때문. 또 OECD대사 임명에 따른 소폭개각이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장관급 인사만 10명이 교체된 것에 대해 청와대측은 『인사라는게 원래 시간을 두고 한 사람씩 검토하다보면 점차 그 폭은 커지게 마련』이라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박재윤 전 통산 고사
이번 인사의 계기가 된 OECD대사에는 처음부터 구본영 전 과기처장관이 점찍혀있었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인선과정에서 박재윤 전 통산장관이 천거되면서 간접적으로 의사타진을 했으나 본인이 강력히 고사하는 바람에 결국 구 전장관이 내정됐다는 후문이다. 박 전장관이 그냥 물러나게 된 것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산부의 관련법 통과 실적이 가장 저조하다』는 말만 했으나 그동안 부처내외에서 빚어진 불협화음 등이 경질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통산장관에는 이환균 재경원차관과 박운서 한국중공업 사장 등도 거론됐었으나 이차관은 경남고출신이라는게 약점이 됐고 박사장은 노사분규를 맞고 있는 한국중공업의 업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기가 떨어진 통산부의 사기진작과 조직활성을 위해 통상전문가인 안광구 차관이 승진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총선 논공행상 중론
이번에 신한국당에서 발탁된 인사중 정시채 농림·강현욱 환경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보여준 노력에 대한 논공행상의 결과라는게 중론. 정장관의 경우 비록 낙선했지만 전남지역에서 여당후보중 38%라는 가장 높은 득표율을 올렸고 강의원은 유일하게 호남지역에서 당선됐다. 이밖에 김한규 총무처·신경식 정무1장관이 모두 김대통령의 총재비서실장을 맡았던 사람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김용진 과기처장관의 경우도 93년 재무부세제실장으로 금융실명제의 실무책임자로 일했던데 대한 김대통령의 개인적 배려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인사에는 또한 지역안배를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날 교체된 10명의 장관급 인사중 부산·경남출신 인사는 한 사람도 없다. 다만 안기부1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일룡 전 경찰청장이 부산출신이자 김대통령의 고교후배이다.
○농림 줄곧 전남 차지
농림부는 강운태 전임장관이 전격 경질되자 전혀 예상못한 인사라는 반응. 특히 올해 사상 유례없는 대풍을 이루는 등 뚜렷한 경질이유가 없어 유임을 확신했기 때문인듯. 이로써 정시채 전 신한국당의원을 포함, 문민정부 출범후의 농림부장관 5명이 모두 전남출신이어서 이채.
통상산업부는 안광구 차관이 장관으로 수직상승한데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역력. 대다수 통산부직원들은 무역적자가 사상최악인 시점에 신임장관이 난국을 효과적으로 돌파할 수 있을까 의문을 표시.
한편 안 신임장관은 이틀전인 18일 장관임명을 통보받고도 이날 경주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려갔다가 개각이 발표되자 심포지엄 도중에 부랴부랴 귀경하기도.
과학기술처는 신임장관에 정통 재무관료인 김용진 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이 기용된데 대해 어리둥절한 분위기.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인사가 장관으로 오기를 은근히 기대했던 직원들은 재무관료인 김 신임장관이 발령나자 다소 실망하면서도 업무조정능력을 인정받는 관료라는 점에서 과기처 업무를 무리없이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위안.<신재민·김동영 기자>신재민·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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