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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연속 재계/비자금수사 정치적 풍파(결산 ’96한국경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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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연속 재계/비자금수사 정치적 풍파(결산 ’96한국경제:4)

입력
1996.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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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수출부진 불황한파/대형건설사 잇단 부도/정보통신사업 한판승부/총수교체·M&A열풍도병자년은 재계에 쓰디쓴 고배를 여러번 안겼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4·11총선 등 잇따른 정치적 풍파에 휘말렸고, 국민소득 1만불시대를 누리기도 전에 경기침체라는 한파가 강타했다. 지난해부터 심상치 않던 「경제악재」들이 현실로 들이닥쳤다.

대부분의 그룹들이 큰 폭의 순이익 감소와 채산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 철강 조선 등 주력산업수출이 엔화약세 등으로 크게 줄었고, 내수도 끝을 알 수 없는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었다. 건설분야에서는 우성 건영 등 대규모 그룹의 부도가 잇따라 충격타를 안겼고, 유통·경공업은 시장개방의 거센 바람을 실감했다.

재계는 긴축경영으로 허리를 졸라매고, 사업다각화 경영소프트화 해외진출 등으로 위기극복에 안간힘을 쏟았다. 대기업에도 감원, 체제 개편 등 조직의 군살빼기 바람이 불었다. 연봉제, 능력주의 인사에 이어 사원의 현재 몸값을 인사기준으로 삼는 시가주의 인사가 도입됐다. 불황 속에서도 정보통신 등 미래형 사업의 신규진출은 러시를 이루었다.

샐러리맨들 사이에 「명예퇴직 신드롬」이 유행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 붕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평생직장 개념이 깨지면서, 창업에 눈을 돌리는 월급쟁이들이 많아졌다. 연말께 정부개정안이 확정된 노동관련법은 「경쟁력 제고」와 「고용 안정」이라는 노사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대선과 함께 내년 경제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전·노 비자금수사도 재계를 괴롭혔다. 재벌총수들이 비자금 공판에 피고인자격으로 출두하는 시련을 겪었다. 대우 김우중 회장 등 총수 4명에게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재벌도 언제까지나 정부의 비호를 바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개인휴대통신(PCS) 신규사업자 선정, 사회간접자본(SOC) 민자유치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앞두고 재계에는 이합집산이 열풍처럼 몰아쳤다. 「적과의 동침」. 현대-삼성, 금호-효성 등 불가능해보였던 그룹들 간의 힘모으기가 이어졌다. 5조여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가 벌어졌던 정보통신분야 신규사업자는 LG텔레콤 한솔PCS 한국통신에 돌아갔다. 대기업에 분 정보통신 바람은 중소업체나 경쟁업체에서 전문인력을 빼오는 인력스카웃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기업 인수·합병(M&A)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상반기에는 현대의 국민투신 인수 추진을 계기로 위성그룹을 통한 대기업의 변칙적인 M&A가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에는 소수주주들이 주식매집으로 한화종금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이변」도 일어났다.

재계의 세대교체도 유난히 두드러졌다. 현대 정몽구 회장에 이어, 코오롱 이웅열 회장, 금호 박정구 회장이 그룹지휘권을 넘겨받았다. 두산그룹도 박용오 회장을 새 총수로 맞이해 체제를 정비했다.

삼성 현대 대우 LG 등 「빅4」에게는 수난의 한해였다. 삼성과 LG는 반도체·전자 등 시장 급랭으로 순이익이 절반이상 감소하는 시련을 겪었다. 현대는 미래의 핵심전략사업으로 온 힘을 쏟아온 제철사업 진출이 정부의 반대로 벽에 부딪치는 좌절을 맛보았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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