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차 극심·반일감정’ 자양분 반군 활개90년대 들어서도 페루에서 좌익 반군조직이 활개치며 테러가 빈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페루사회에 만연한 극심한 빈부차와 90년 알베르토 후지모리 집권이후 일부 계층에서 누적돼온 반일감정을 양대요인으로 꼽고 있다. 우선 페루의 빈부차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80년대 후반 연 7,650%에 이르는 초인플레와 230억달러의 총외채 등으로 대변됐던 경제 난국은 후지모리 집권이후 다소 완화했지만 「부의 균배」문제만큼은 더욱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특히 인구의 10%도 못미치는 소수 백인 기득권층이 국민총생산(GNP)의 90%이상을 차지하는 경제 독점현상이 두드러졌다. 반면 국민의 절반가량인 2,200만명이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나머지 국민들도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해왔다. 이같은 「부의 편중」은 좌익 반군이 온존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왔다는 지적이다.
페루 최대반군단체인 「센데로 루미노소(빛나는 길)」와 이번 일본대사관저 인질사태를 일으킨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이 각각 농촌과 도시 빈민에 기반을 둔 점도 이를 반영한다.
주로 소외계층 사이에서 형성돼온 반일 감정도 반군 테러활동을 부추기는 자양분 구실을 해왔다. 「일본의 내정 간섭을 용인하는 후지모리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는 반외세의 명분아래 반군조직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10만명도 안되는 소수 일본계에서 대통령이 나온 것도 억울한데 후지모리가 일본의 영향력을 끌어들이는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은 더구나 용납할 수 없다」는 반군의 논리가 기층민들에게 먹혀드는 형국이다.
이와 함께 비교적 손쉬운 재정 조달방법도 반군 활동을 용이하게 한다. 마약 카르텔과 연합, 이들을 보호하는 대가로 막대한 자금과 첨단무기를 지원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립 산마르틴 대학을 중심으로 한 일부 학생 세력은 공산 이념정립 등 반군조직에 정신적 무장을 돕고 있다.
페루당국은 지난 수년간의 토벌작전으로 반군조직의 96%를 분쇄했다고 호언한 바 있다. 하지만 수도 한복판의 외교공관에서 발생한 대량 인질사태는 아직도 페루 반군이 활개칠 수 있는 유·무형의 조건들이 성숙돼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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