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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강건너 불’ 아니다/장승필 한국지진공학회장(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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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강건너 불’ 아니다/장승필 한국지진공학회장(아침을 열며)

입력
1996.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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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1월17일 일본 효고(병고)현 남부 지진은 5,500명이 넘는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항만 교량 지하철 등 국가의 주요 산업시설과 전기 통신 가스 상하수도와 같은 도시기반시설을 철저하게 파괴시켰다.일본의 지진 방재대책은 1923년 간토(관동) 대지진 이후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오고 있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내진 설계와 시공기술, 그리고 방재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해오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효고현 지진은 자부심에 가득 차 있던 일본인들에게 심각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웃인 우리 국민들에게도 불안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경험한 우리가 부실하게 시공되었을지도 모르는 신도시의 고층아파트들이나 한강의 교량이 효고현 지진 같은 큰 지진이 서울 가까이서 일어났을 때, 과연 얼마나 성하게 남아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는 역사기록을 통하여 삼국시대부터 인명손상이나 구조물의 피해를 초래한 강력한 지진활동이 한반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의 지진활동은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특히 활발했었고 그후 18세기 중엽부터 비활동기에 접어들면서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78년 발생한 홍성 지진을 비롯해 속리산 포항 신의주 해주 및 지난 13일의 영월지진등 1900년대 후반으로 들어오면서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임으로써, 우리나라의 지진이 다시 활동기에 들어가고 있다고 지구물리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은 불식되어야 하며 대책수립과 실천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지진에 대비한 방재대책은 피해발생시의 대피계획과 소방대책, 이재민 구호대책, 그리고 피해복구계획 차원인 사회학적 측면에서의 방재대책과 구조물의 내진설계로 지진피해를 최소화하는 공학적 측면에서의 방재대책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의 내진대책은 매우 초보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일반 건축물의 경우에는 88년 8월에야 비로소 급하게 내진설계 기준이 마련되었고, 고속철도와 도로 설계시에는 각각 91년과 92년부터 설계시방서를 따라 지진을 하중으로 고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내진설계 기준들은 내용의 충분한 검토와 이해없이 외국 설계기준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에 일관성과 체계성 및 현실성이 없다. 특히 내진설계의 관건이 되는 설계지반운동은 그 특성상 우리 지각구조와 지진특성에 기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료가 극히 빈약하여 외국의 설계지반운동 특성을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 그 이외에도 일반설계기술자들의 내진 설계법에 대한 미숙과 산업체의 내진공법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부족등이 지진발생시 상당히 큰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지진운동이 이미 활동기에 접어들었다는 징후가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재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전문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진재해 방지를 위한 사회 전체의 시스템적 접근과 분야별 협조 및 조정의 구심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진공학연구센터와 같은 연구기관을 설립하여 부족한 연구인력과 연구기자재를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화함으로써 학계와 산업체가 능동적으로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연구개발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지진공학회 등에서도 신속, 원활한 정보교환과 학술교류를 통하여 지진공학 및 내진공학기술의 발전을 가능케 함으로써 내진대책 수립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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