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 위주 편집 당장은 팔리지만/음악감상 왜곡 결국 ‘제살깎아먹기’들을만한 컴필레이션 앨범(Compilation Album)이 없다.
컴필레이션 앨범은 일정한 주제를 정한 뒤 그에 맞는 노래를 여러 앨범이나 싱글에서 한곡씩 수록한 음반. 예전에는 옴니버스 앨범이라고 불린 일종의 편집 음반이다.
컴필레이션 음반은 현재 국내 팝 시장의 가장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본격적인 시작은 94년 소니와 BMG가 합작으로 내놓아 성공을 거둔 「100% Hitz」. 이후 음반시장의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에서도 마이클 볼튼, 머라이어 캐리 등 빅 타이틀을 제외하면 몇년째 유일하게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정규 앨범의 경우 1만∼2만장을 넘는 앨범이 드문데 반해 컴필레이션 앨범의 경우는 5만장을 넘는 것이 많다. EMI와 폴리그램이 합작한 「NOW 1」의 경우는 6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가 수록되었던 「All My Loving」도 20만장 넘게 팔렸다.
컴필레이션 음반의 장점은 무엇보다 취향대로 다양한 음악을 한꺼번에 모아 들을 수 있다는 것. 일일이 음반을 구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특히 댄스곡의 경우는 싱글시장이 없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한곡을 위해 음반을 사는 것보다는 컴필레이션 앨범이 훨씬 경제적이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이탈리아 칸초네 컴필레이션 앨범인 「아모레 미오」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음악만을 모은 「타란티노 커넥션」, 올드팝에서 소홀히 취급되는 80년대 노래들을 모은 「83+84」처럼 잘만 만들면 정규앨범 못지않은 소장 가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컴필레이션 앨범은 그렇지 못하다. 최신곡은 말할 것도 없고 「Love Always」, 「Love Ballads」 등 주종을 이루는 발라드와 댄스, 심지어 「City Jazz」같은 재즈나 「Legend Of Rock」 등 클래식 록까지도 라디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히트곡 모음집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노래가 그 노래들이다.
컴필레이션 음반의 특성을 살려 기획하기 보다는 음반시장의 주소비층인 중고생들에게 무조건 많이 팔고 보자는 음반사의 장삿속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립스틱이나 쿠폰을 끼워 팔거나 두장을 한장 값에 판매하기도 한다.
그 결과 음악을 처음 듣는 청소년들은 정규앨범을 외면하고 컴필레이션 음반만을 선호한다. 음반 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대중음악의 기본 단위인 앨범에 대한 이해의 기회가 차단된 채 히트곡만을 좇아가는 변칙적인 듣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BMG 이종성 대리는 『컴필레이션 앨범은 음반사의 계산과 다양한 음악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생겨난 장르』라며 『이미 시장기반을 확고하게 다진만큼 앞으로는 기획력이 승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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