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공무로 한국을 몇번 방문했지만 일정이 바빠 그저 말타고 꽃구경하듯이 휘돌아보고는 그냥 갔다. 유학생 신분인 지금은 여유시간을 이용해 때때로 시내관광을 할 수 있다.번화한 거리, 화려하고 웅장한 롯데월드 그리고 에버랜드 서울대공원 등 많은 명소들이 모두 인상깊었다. 하지만 서울의 강남 신촌 대학로 압구정동 명동 등 거리에서 본 예쁜 한국아가씨들은 나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처음에는 노랑머리, 오목눈, 배꼽을 드러낸 윗옷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들이 한국아가씨들인 줄은 전혀 몰랐다. 미국에서 온 사람들로 생각하였다. 나중에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말을 꺼냈다가 웃음거리가 됐다.
『그것도 몰라? 무슨 미국아가씨야, 다 한국아가씨라구. 잘 생각해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미국아가씨들이 한꺼번에 서울에 모일 수 있는가. 그들이 바로 한국의 X세대들이야』
하긴 그랬다.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사람이 다 미국인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북한에서 대학을 다녔던 내가 그곳에서의 생활경험에 비춰 판단할 때, 진상을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체제가 다르다해도 한 민족인데 어떻게 생김새, 차림새가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의아했다.
이런 의문을 가지고 나는 많은 친구들과 의견교환도 하였고 관련된 책도 많이 읽어 보았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우리 학급의 한 미국아가씨가 한 말이다. 『이태원 명동 그리고 압구정동에 자주 가 노는 아가씨들이 나보다 더 미국아가씨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미국아가씨와 나는 어떻게 이 문제에 대해 같은 의견에 도달했을까. 나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광복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이 받아들인 외래문화 가운데 미국문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전파 속에 대중매체와 주한미군을 통해 들어온 미국문화는 한국인의 생활양식과 언어에 큰 영향을 미쳤고, 또 대중문화의 방향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미국문화의 영향이 크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문화를 받아들일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지 않나 싶다.
첫째, 긍정적 요소를 받아들인 다음에 자기의 것으로 내면화시켜야 한다. 둘째는 퇴폐풍조나 지나친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 등 부정적인 요소는 꼭 막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선별적 수용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래야 민족문화의 특징을 지키면서 외래문화도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문화와 관련해서 볼 때, 양국의 특별한 관계로 인해 지난 100년 동안 한국이 일방적으로 미국문화를 수용하는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미 문화관계의 새로운 100년은 보다 상호적이고 다원적인 모습으로 전개되기를 바란다.<소훈지·고려대 국제대학원생·중국인>소훈지·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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