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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에 놀아나는 의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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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에 놀아나는 의류업계

입력
1996.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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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도입 과당경쟁 악용 정보 쉽게 입수/무리한 요구 내세워 계약 미루며 직판 노려국내 대기업과 대형 의류업체들의 해외유명 브랜드 모셔오기 경쟁이 외국 의류업체들에게 시장정보만 고스란히 넘겨주고 국내시장 직접 진출길을 열어주는 결과를 빚고 있다.

갭(GAP)과 돈나카렌(브랜드는 DKNY) 등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 의류업체들이 국내진출을 앞두고 국내 대기업과 대형의류업체들에게 브랜드 사용의사를 타진, 각 업체간의 「치고받는」경쟁을 불어일으킨지 이미 2년여. 이들 외국업체는 국내 업체들과의 다각적인 협상을 통해 국내 의류시장의 현황 및 경쟁상대와 업계의 고급정보 등에 대해 가만히 앉아서 그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했다. 그러나 이들 외국업체들은 귀중한 정보를 손에 넣은뒤 까다로운 조건들을 내세워 업체 선정을 늦추면서 국내시장 직접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국내 의류업체들은 「유명 브랜드 따기」경쟁을 벌이다 국내업계의 정보만을 고스란히 내주고 브랜드도 확보하지 못해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세계적 캐주얼 의류업체인 갭사의 상표사용권을 놓고 롯데 대농 일경 코오롱 효성 등 내로라 하는 국내 20여개 업체들이 갭사에 2년간 각각 3차례이상의 각종 사업계획안을 제출했으나 업체선정은 오리무중이다. 한동안 대농과 롯데가 갭사의 라이센스 체결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했을뿐 이들업체도 현재 갭사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갭사는 올 6월까지만 해도 국내 합작법인설립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최근 일본시장의 직접진출 방식과 같이 국내시장의 직접 진출을 준비중에 있다』며 『갭사는 국내업체간의 과당경쟁을 촉발시킨뒤 정보를 캐내 가만히 앉아서 국내시장을 파악하는데 성공, 내년 가을께 국내에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련업체에 따르면 갭사는 국내업체들에게 합작법인 설립조건으로 제품관리 및 광고와 매장인테리어, 직원교육훈련 등에 대한 모든 서비스관리를 일괄 제공할 뜻을 밝혔다.

또 갭사는 그 대가로 국내업체와의 라이센스계약초기 지분 51%확보는 물론 계약 7년후 100% 지분확보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업체들은 해외브랜드 도입이 단순한 상표사용권 확보차원을 넘어 제품디자인 품질관리 광고판촉 매장관리 등의 선진 노하우를 습득하길 기대했으나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업체들의 2년간에 걸친 각종 국내업체 정보제공은 갭사의 국내 직접진출을 위한 「땅 닦아주기」작업만 펼쳤던 셈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신원은 미국의 유명 여성의류업체인 돈나카렌사의 「DKNY」의 국내 도입을 지난 2년간 추진해왔다. 그러나 신원측은 돈나카렌사가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을 부추기면서 계약 추진과정에서 무리한 요구조건을 제시하며 합의사항을 번복하자 발끈했다. 돈나카렌사가 이어 신원측과의 계약 최종단계에서 일방적으로 국내의 다른 업체와 계약협상을 벌이자 신원은 지난 6월 이 회사를 사기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 현재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국내에 도입된 외국의류 브랜드 수는 이미 600여개에 이르고 있고 대다수 외국업체들은 브랜드 계약기간이 끝나면 직접 국내시장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업체들이 이들 브랜드를 위해 거액의 광고비와 판촉비를 들인후 외국업체들은 국내업체가 닦아놓은 국내시장에 무혈입성하게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장학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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