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아이 애처로운 삶 눈물 절로…아이들이 나오는 드라마는 언제나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지난해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던 「옥이 이모」나 이제는 성인들로 바뀌었지만 얼마전까지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던 「형제의 강」이 대표적인 예다.
이유는 간단하다. 드라마는 현실의 어른들이 자신들이 경험한 시간이라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어른들의 세상과 마찬가지로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직접적인 반응은 어른들로 하여금 눈물과 웃음을 자아낸다.
MBC 월화 미니시리즈 「일곱개의 숟가락」 (극본 이정선, 연출 김사현)은 가난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세상을 헤쳐 나가는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다. 이들에게는 불행이 끊이지 않는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무능한 할아버지 때문에 살던 집마저 잃는다.
맏이(홍경인)는 동생들을 위해 수능시험을 포기하고 둘째(이정현)는 살림을 도맡는다. 동갑나기인 두 사촌(오현철 이나리)과 철없는 막내(강민규)도 돈을 아끼기 위해 맹장염을 묵히고 남의집 양녀를 자청하고 먹을 것조차 참는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안스러워 장면마다 절로 눈물이 날 정도다.
그러나 「일곱개의 숟가락」은 아이들을 내세워 무조건 눈물만 쥐어짜는 최루성 드라마는 아니다. 빠른 전개 속에 눈물의 이유가 선명하게 제시되어 보는 재미가 있다. 창사특집과 연말특집이라는 MBC내의 사정도 있었지만 만화가 김수정의 원작을 무리하게 늘이지 않고 6부로 짜임새 있게 각색한 때문이다.
대신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어른들을 위한 코믹 요소는 철저하게 배제했다. 맏이의 부잣집 여자친구라는 설정이나 뒤늦게 밝혀진 입양 사실 등 몇몇 만화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사실적 묘사는 재미와 함께 꾸미지 않은 감동을 준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아역배우들의 연기. 홍경인이야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일찌감치 인정받은 터지만 첫 드라마 「가슴을 열어라」에서의 부자연스런 연기로 앞날을 의심케했던 이정현은 이 드라마에서 영화 「꽃잎」과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세 꼬마의 천연덕스런 연기 또한 재미있는 원작, 꾸밈없고 짜임새있는 연출과 함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또하나의 기둥이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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