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경제개혁으로 ‘쾌적한 호주’ 공약 박차올해 3월 호주에서는 자유·국민연합의 존 하워드(56)가 13년 수성의 노동당 정권을 무너뜨리고 25대 총리직을 차지한 「사건」이 일어났다. 87년 총선패배 이후 89년 자유당 당수직마저 포기, 정치생명이 끝난 것으로 보였던 하워드가 「편안하고 쾌적한 호주」를 기치로 9년만에 재기한 것이다.
총선 당시 호주국민은 노동당의 13년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반면 극우보수노선을 걸어온 하워드의 변신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이전의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의료보호 환경보호 등 노동당 주장까지도 과감히 수용하는 한편 노조권한제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키팅정권으로부터 1,370억달러의 외채와 200억달러의 방대한 재정적자를 물려받은 그는 취임하자마자 노총(ACTU)에 대한 대수술에 들어갔다. 중앙집권적이고 폐쇄적인 산별·직능별 노총이 주도하는 노사관계 골격을 완전히 허물고 노동시장 자율화를 추진했다. 또한 이자율을 낮추고 중소기업지원을 대폭확대하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는 한편 재정적자를 줄이기위해 정부의 공공부문지출을 삭감하고 각종 의료보호프로그램을 철폐했다.
집권 9개월째인 하워드의 개혁은 일단 합격점을 받고 있다. 침체됐던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실업률이 8.5%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건설경기 투자 등 여러 경제 지표들도 강력한 경제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하워드 총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너무나 많다. 우선 개혁에 따른 공무원과 노조의 반발을 무마해야한다. 8월 정부의 공공부문지출삭감과 노동법개정에 반발하는 2만여 시위대가 의사당을 난입하는 등 개혁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다.
두번째 당면과제는 인종차별문제다. 퀸즐랜드주 폴린 한슨 하원의원이 9월 의회에서 아시아계이민 비난발언을 한 이후 호주 곳곳에서 인종차별문제가 불거져나오고 있다.
그는 또 92년 노동당정권때부터 추진해 온 영연방 탈퇴, 독립공화국 건설문제를 매듭지어야한다. 하워드 총리는 이는 시간을 두고 해결할 문제라고 못박고 있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영국여왕이 아닌 호주대통령이 개최해야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하워드 총리가 극우보수주의자로서의 과거, 개혁가로서의 현재를 딛고 「쾌적한 호주」를 건설하는 이상적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윤태형 기자>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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