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경주노선으로 건천읍 화천리를 지나는 노선이 사실상 결정됐다. 천년 고도 경주보존과 문화재 보호를 최우선으로 했다는 점에서 타당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번 결정이 항상 개발우선 정책에 밀려온 문화재 보호 및 고도보존 정책에 좋은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경주노선 선정문제는 부적합한 노선선정 및 각종 민원 등으로 얼룩진 경부고속철도의 상징이었다. 개발우선과 문화재 보호정책 사이에서 무려 4년8개월동안이나 표류해 온 것이 경주노선 선정문제다. 다행히 문화재 보호란 대원칙이 빛을 보게 됐지만 앞으로 공사과정 등에서 건너야 할 강은 많다고 할 것이다.
이번에 내정된 건천읍 화천리 노선은 93년 6월 문화재위원회가 요구한 건천―화천노선과 큰 차이가 없다. 역사가 화천리에 들어선다는 점만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문화 종교 학계의 지지를 받았던 문화재위원회 안으로 되돌아오는데 3년반이란 세월을 허비한 셈이다.
교통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화천리 노선은 다른 3개안에 비해 문화재 훼손이 적고 사업비도 최저다. 노력하면 이러한 안을 마련할 수 있는데도 형산강 노선을 밀어붙여 온 건교부 태도에 이해가 안 간다. 경부고속철도 계획단계부터 문체부가 참여하는 등 준비를 치밀하게 했더라면 이러한 시행착오는 없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기만 하다.
뒤늦게나마 문화재 보호란 대원칙을 살린 결정을 했다는 점은 평가하고 싶다. 그동안 우리 문화재는 개발우선 정책에 밀려 너무나 많이 훼손됐다. 앞으로 정부가 경부고속철도건설공사 등 모든 국책사업에서 이번 경주노선 결정의 정신을 살려 나간다면 그동안의 아픔을 충분히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주는 어느 곳을 파도 유적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지하박물관이라고 할 만하다. 화천리노선도 마찬가지다. 지표조사 결과 추정 문화재가 다른 3개 노선안에 비해 적었을 뿐이지 문화재가 산재해 있었다. 이것은 공사과정에서 문화재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화천리 노선이 내정됨에 따라 역사를 중심으로 신경주가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전제로 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고도보존법을 만들어 경주보존 및 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주민들이 개발제한으로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길이기도 하다.
경주시민 및 주변 주민들도 이번 노선선정이 문화재 보호와 경주 보존 및 개발의 정신을 살린 최대공약수란 점에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주민들이 겪었던 고충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경주는 주민의 것이 아닌 인류의 유산이란 점에서 이번 결정을 경주보존으로 승화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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