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사기 현지조사·구호/피해자들 대책마련 눈물 호소【옌지=정진황 기자】 반한감정의 골이 깊어진 옌볜(연변)조선족자치주 옌지(연길)시에서 동포애의 교류가 시작됐다. 17일 밤 도착한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본부」 재중국동포문제 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김진홍 목사) 관계자들은 『고통을 나누고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피해자조사·구호활동을 시작했다.
다음 날인 18일 상오 9시께 북산가 옌볜과학기술대에서 열린 한국시민사회단체 초청간담회는 한국성토장과 다를 바 없었지만 피해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피해자가족과 자치주 정부인사,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 등 정부관리, 옌볜대 관계자 등 1백여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김진경 옌볜과학기술대 총장은 『한국에서 피해조선족 돕기운동이 일어나 반한감정도 서서히 바뀌고 있으며 중국정부도 관심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총장은 『사기피해 돕기운동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시민운동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게 한국과 중국동포들이 협력하고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옌볜 사회지도층은 한국정부의 폭넓은 문호개방과 한국인사기범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요구했다. 특히 옌볜대 노모 교수는 『50만 안팎의 조선족노동력을 수용하지 못하는 한국정부가 2천만 북녘동포를 포용할 수 있겠느냐』고 한국정부의 입국정책을 비판했다. 한 피해자가족은 『주정부의 조선족 고위간부까지 공증했는데도 사기를 당한 아버지가 빚쟁이들에게 쫓겨 몸져 누워 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대책위가 옌지시 북방호텔에 마련한 피해자접수처에는 피해자가 3백여명이나 몰렸다. 대책위는 피해를 당한뒤 한국인사기꾼을 잡으려고 여러 차례 밀항을 시도하다 정신병까지 얻은 박경호(36)씨 등 피해자들을 방문, 성금과 구호품을 전달했다. 조선족은 9월부터 「한국초청장 사기피해자협회」와 임금체불보상대책위를 구성, 피해자 접수창구를 마련하고 집회와 유인물 배포 등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공항 역 번화가 등에 5만여장이 뿌려진 「전국 조선족동포들에게 고하는 글」에는 한국사기꾼 1천명 때문에 2백만동포중 3만여명이 피해를 당해 3억여위안(원)의 재산을 사기당했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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