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 전날 급성신장염 쓰러져/진통제 복용 연대 기악과 응시선천성 1급 시각장애 여고생이 대입 실기시험 전날 급성 신장염으로 쓰러져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진통제를 복용하고 응시, 연세대 기악과(피아노전공)에 합격했다.
서울맹학교 고등부 3년 민숙희(18)양은 97학년도 연세대 특차지원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했으나 실기시험 하루 전인 12일 급성 신장염으로 쓰러졌다. 병원에서는 당장 입원치료를 받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민양은 그러나 진통제를 복용한채 발병사실을 모르는 채점관들 앞에서 라흐마니노프와 베토벤을 훌륭히 연주, 합격했다. 특수교육대상 합격자 17명중 유일한 시각장애인이라는 영광을 안은 민양은 시험이 끝나자 대림성모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다.
민양이 합격하기까지에는 고비가 많았다. 9월초 발표된 실기시험 지정곡 2곡중 「라흐마니노프의 예튜드(연습곡) 6번」의 점자악보가 국내에는 없었다. 고민끝에 담임 김한규(29) 교사에게 부탁, 미국 일본 영국 등에 수소문해 미국 의회도서관에 점자악보가 있는 사실을 알아냈고 9월말 어렵게 입수했다. 연습은 3개월도 하지 못했다. 김교사는 『민양은 주 34시간의 수업중 안마 지압 이론·실기가 3분의 2나 되는 어려운 교육환경에서도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웠다』며 『성격이 활달해 친구도 많다』고 말했다.
기계공구 수입업을 하는 민경일(50)씨와 박화자(51)씨 부부의 1남3녀중 둘째인 민양은 6세때 언니가 연주하는 피아노소리를 외워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제9회 장애인종합예술제에서 기악부문 특상을 받기도 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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