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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장 만취 음주운전 적발/가상 사례로 본 새 구속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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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장 만취 음주운전 적발/가상 사례로 본 새 구속제도

입력
1996.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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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직접심문 도주우려 등 따져/일정한 직업 등 이유 구속영장 기각97년 1월2일 하오 9시께 대기업 홍보부장인 이씨는 쏘나타 승용차를 몰고 서울 마포대교를 건너다 경찰의 음주측정에 걸린다. 이씨는 이 날 낮 학교선배이자 회사 상사인 김전무 집에 새해 인사차 들렀다가 술판이 벌어져 거나하게 취한 상태.

측정결과 혈중 알코올농도는 0.38%, 종전대로라면 구속영장 청구기준인 0.35%를 크게 초과했으니 곧바로 구속될 판이다.

그러나 이씨는 과연 구속될까. 97년부터 구속영장 실질심사제가 시행되면 종전의 구속관행이 크게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검사가 영장을 청구할 경우 당직판사가 수사기록만을 검토한 뒤 관행적으로 영장을 발부해왔다. 때문에 이씨의 경우 종전 기준대로라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게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판사가 기록만으로 영장을 발부하지 않고 피의자를 직접 불러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를 심문한 뒤 영장 발부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판사는 이씨를 다음 날 상오 10시까지 법원에 출두토록 경찰에 알린다. 판사는 출두한 이씨를 상대로 도주할 염려가 있는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를 심문한다. 도주 가능성의 판단기준은 ▲범죄의 경중이나 동기 횟수 수법 ▲자수여부 ▲피의자의 직업이나 경력, 음주·약물경력, 여권소지여부 및 해외여행 빈도 ▲가족관계 및 결속력, 가족 부양여부 ▲지역사회 정착도, 유대관계 등이다.

또 증거인멸 가능성은 ▲인멸대상 증거가 존재하는지 ▲그 증거가 범죄사실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것인지 ▲증거인멸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피의자가 피해자 등 증인에게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등으로 판단한다.

판사의 심문과정은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가족이나 피해자는 판사의 허락을 받아 방청할 수 있다.

이씨의 경우 피해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정한 직업을 갖고 있으며, 가족 및 사회적인 유대관계 등으로 보아 도주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구속영장이 기각된다.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할 경우 그 사유를 영장에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를 위해 내년부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전담할 판사 22명을 이미 지방법원과 지원별로 내정해 놓았다.

내년부터는 이같은 구속영장 실질심사 외에도 체포영장 및 체포적부심제도가 도입된다. 이 제도는 구속전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 종전의 임의동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신설됐다.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체포단계에서부터 법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체포영장은 피의자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만 인정되면 되기 때문에 구속영장처럼 까다롭게 심사하지는 않는다.

장기 3년이상의 형이 예상되는 중죄나 우연히 길에서 피의자와 맞닥뜨렸을 경우처럼 긴급을 요할 때는 체포영장 없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할 수 있다.

체포된 피의자는 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체포후 48시간이내에는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체포적부심은 구속영장 실질심사과정에 병합해서 처리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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