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는 살오르기 시작하고/오징어 살 얇아 ‘회’ 제격/영덕 가려면 지금 떠나라대게가 철을 만났다. 동해안 영덕지방에서만 나는 대게는 11월부터 잡기 시작해서 2∼3월이면 맛이 최고로 좋아진다. 시기를 놓치면 맛보기 힘든 명물이거니와 시중에서 4만∼5만원하는 것을 산지에서는 2만원 정도에 맛볼 수 있다.
대게는 다리가 대나무 줄기 모양으로 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맛도 쫀득쫀득해서 여느 게와는 다르다. 타지에서는 홍게를 삶아 놓고 대게라고 팔기도 하지만 대게는 날 것일때는 살색이고 삶으면 연한 주황색이어서 확연히 다르다.
영덕군에서도 대게의 명산지는 축산면 경정2리 차유마을. 영덕읍에서 7번국도를 타고 동해안을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30분을 달리면 나온다. 20호 정도가 사는 해안마을로 고즈넉한 겨울바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다.
하지만 아침의 분위기는 다르다. 활기가 넘친다. 새벽 2∼3시에 나갔던 배들이 상오 6∼7시께 들어오며 조용했던 마을이 떠들썩해진다. 대게잡이 배에서 내린 게는 매일 항구의 위판장에서 도매상에 팔린다. 크기에 따라 값은 천차만별. 도매시세는 마리당 5,000∼5만원이지만 일반인들은 수협 위판장이 있는 인근 강구항이나 축산항에서 마리당 1만∼8만원은 줘야 한다. 차유마을 어촌계장 김낙이(55)씨는 『게는 지금부터 살이 오르기 시작해 내년 2∼3월쯤이면 알이 가득 차고 쫀득쫀득한 맛이 살아난다』고 말한다.
대게를 살 수 있는 축산항과 강구항에는 요즘 오징어도 풍년이다. 지난해만 해도 방어진 감포 아래 남쪽 바다로 내려가던 오징어떼가 올해는 수온이 높아 지면서 이 지역에 계속 머물고 있다. 영덕 축산항 수협 박노창(51) 전무는 『내년 1월까지 계속 오징어가 잘 잡힐 것같다』고 즐거워한다.
요즘 잡히는 오징어는 산란이 끝난 뒤 무게가 줄어든 「껍데기 오징어」. 살이 얇아 회로 먹는 것이 맛있다. 생오징어 20마리가 6,000∼7,000원선. 이 오징어를 꾸덕꾸덕하게 말린 「피데기 오징어」는 한 축에 2만∼2만 2,000원이다.
동해에서 일출을 놓칠 수 없다. 31일과 1월 1일 이틀간 영덕 강구면 삼사해상공원에서는 97 해맞이 축제도 열린다. 31일 하오 7시 부터 시작돼 사물놀이 노래자랑 등 여러가지 볼거리가 펼쳐진다.
자녀들과 함께 떠난다면 구한말 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생가(축산면 도곡2리)나 경보화석박물관(0564―32―8655)을 둘러볼 만하다. 이 박물관에는 세계 각 지역의 화석 1,500개가 전시돼 있다. 영덕군의 해안도로 53㎞는 그 자체로 겨울바다여행의 묘미를 살려준다.
◎또하나의 별미/과메기/꽁치를 겨울바람에 말려 날 것 그대로 찢어먹는 재미
영덕읍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영일군 구룡포항에 가면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과메기」가 자랑이다. 봄 여름에 많이 나는 꽁치를 냉동해 두었다가 추운 겨울에 말려 날 것 그대로 죽죽 찢어 먹는 재미가 만만치않다.
구룡포읍 석병리에서 과메기 건조를 하는 김진수(54)씨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때 꽁치를 짚에 20마리씩 엮어 그늘에 10∼15일 정도 말리면 먹음직한 과메기가 된다』고 말한다. 과메기는 일제시대 이곳에서 많이 나던 청어의 눈에 꼬챙이를 꿰어 말린 것에서 유래한 이름. 『눈에 꽂았다는 뜻의 관목어가 관메기에서 과메기로 변했다』고 구룡포수협 김명수(43) 판매과장은 설명한다. 요즘엔 꽁치가 흔해 청어를 대신한다. 날씨가 추워야 제대로 말리므로 12∼2월에만 반짝 출하된다. 20마리 한 축에 4,500∼6,500원. 김과장은 『과메기는 비린내가 나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꺼려 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한번 맛을 들인 타지인들중엔 겨울마다 과메기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들려준다.
◎맛있는 집
축산면 경정2리 차유마을 어귀의 차유회집(0564―33―1700)은 주인아저씨가 대게잡이 배를 가지고 있어 진짜를 먹을 수 있다. 1만∼5만원정도를 내면 금방 찐 게를 내온다. 5만원짜리는 몸통 지름이 20㎝나 되는 대형. 보통 1만∼1만5,000원이면 먹을만하다. 식사를 하고 싶을때는 오징어와 잡어회를 고추장에 비빈 「물회」를 시키면 밥도 나온다(1만원). 강구항에서는 부두 인근 제일선창식당(0564―33―5091)이 제일 유명하다. 대게가 마리당 1만∼8만원이고 모듬회는 3만∼4만원이다.
과메기는 구룡포 수협근처 부산 식당(0562―76―6855)을 쳐준다. 연안에서 잡히는 우리 꽁치를 사용해 비린내도 덜하다. 과메기 살을 찢어 김치와 미역, 파 등에 싸먹는다. 7마리 1접시에 1만원.<영덕=노향란 기자>영덕=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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