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청부 증권감독원장은 17일 『컴퓨터부품 등을 생산하는 자본금 200억원규모의 모상장회사가 최근 그린메일러의 협박을 받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그린메일」이란 기업사냥꾼들이 상장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입한뒤 경영진을 위협,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을 포기하는 대가로 자신들이 확보한 주식을 시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되사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영어에서 협박을 뜻하는 「블랙메일」의 메일과 달러지폐의 색깔인 「그린」이 합성된 것으로, 「그린 메일러」는 이같은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국내에서 그린메일러의 존재가 증권당국에 의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원장에 따르면 이 그린메일러는 해당기업 사장에게 『경영권을 위협할만큼의 주식을 매입했다. 프리미엄을 얹어 되사지 않으면 관련업종의 대기업과 연합해 경영권을 장악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은 실제로 2∼3개 대형 전자업체들과 접촉해 협조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그린메일러는 대기업들이 난색을 표시하고 확보한 주식의 일부를 해당기업이 비싼 값에 매입해주자 협박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감독원측은 『그린메일이 주가조작과 연관돼있지 않다면 이를 규제할만한 명분이 없다』며 『그러나 그린메일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와 맞물려 일어날 경우 이를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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