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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탄광,구조도 뒷북(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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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탄광,구조도 뒷북(사설)

입력
1996.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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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통보광업소 매몰사고는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채탄준비 막장에서 16, 17일 시신이 잇따라 발견됨으로써 매몰됐던 광원 15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수맥이 터져 탄더미가 무너지면서 갱도가 막혀 장기간 산소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이번 광원들의 매몰, 참사 사고를 바라보면서 느낀 가장 큰 안타까움은 조금만 주의했어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광산에서는 93년 8월 막장붕괴로 5명, 95년 9월에는 이번과 같은 출수사고로 4명이 숨진 일이 있다. 2년여 동안 같은 광산에서 세번째 참사가 일어났으니 회사측이나 당국이 사고예방에 얼마나 무신경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작업에 앞서 출수탐지를 위한 선진천공만 해보았어도 95년 사고의 복사판인 이번 참사는 일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말이다. 사고후의 대처에도 문제는 여전했다. 회사측은 두시간 동안이나 사고발생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 전문구조대 출동 요청 등 효율적인 초기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슴아픈 일은 사회의 무관심이다. 사고발생 첫날 잠시 흥분하던 보도매체들은 2, 3일이 지나면서부터 조용해져 사고는 우리의 관심사에서 밀려났다. 관할지역 선량이나 기관장들도 구조활동 등 뒷수습에 그리 민감한 것 같지 않았다. 자고나면 사망자수가 몇명씩 늘어나는데도 반응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다. 15명이 땅속에 갇혀 목숨이 촌각을 다투는데 당사자들조차 이토록 무관심한 것은 왜일까. 장성광업소 지하갱도 화재같은 비슷한 탄광사고나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때 생존자 한사람 한사람의 구조소식에 온 국민이 울고 웃고 하던 일과 너무 대조적이다.

탄광이 사양산업이기 때문이라면 우리는 벌써 석탄의 고마움을 잊어버린 꼴이 될 것이다. 우리 생활과 산업에 에너지를 공급해 준 광원들은 75년부터 95년까지 갖가지 탄광사고로 이틀에 한사람 꼴인 3,473명이 목숨을 잃었다. 2,100여명은 탄광진폐증으로 숨졌고 10만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부상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80년대말 정부의 주유종탄정책으로 일시에 탄광이 천덕꾸러기 사양산업이 되자 우리는 그 사실조차 잊었다. 석유와 가스의 편리함에 취해 탄광도시의 인구가 반으로 줄고, 수많은 광원들이 생계위협에 처한 것도 모르고 살아 왔다.

잊어서 안될 일은 석탄이 아직 우리나라 에너지원의 18.7%를 공급하는 중요자원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아직 우리의 소중한 산업전사들이다.

통보광업소 주변에서는 지금 하늘같이 믿고 의지해 온 남편과 아버지 아들들을 잃은 유가족의 통곡이 끊이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그들이 합당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게 되는지, 향후 생계대책은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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