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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Jazz의 고향/뉴 올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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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Jazz의 고향/뉴 올리언스

입력
1996.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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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풍 고색창연한 건물/거리·가게마다 넘치는 ‘재즈 선율’/남쪽엔 미시시피강 유유히…뉴 올리언스는 재즈를 낳은 도시답게 거리에 온통 재즈가 넘쳐 흐른다. 재즈의 본거지는 이미 뉴욕으로 옮겨졌다고 말하는 이도 많지만, 그 참맛은 역시 재즈의 고향인 이 곳에서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뉴 올리언스는 카페나 홀 같은 막힌 공간에서 재즈 뮤지션들끼리만 어울리는 뉴욕과는 공기가 한참 다르다. 거리와 공원, 선상 등 가는 곳마다 재즈의 선율이 메아리친다. 맑은 피아노 선율에 드럼의 헤비 비트, 흥을 돋우는 강렬한 음색의 트럼펫과 감미롭고 매혹적인 색소폰, 섹시하면서도 묵직한 더블 베이스. 전통재즈의 맛 그대로이다.

뉴욕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뉴 올리언스는 지금 초가을 날씨다.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서울과 뉴욕과는 딴 세상 같다. 낮에는 반 소매에 가벼운 점퍼차림이 어울리고 밤에도 선선한 바람이 상쾌하다. 미국 남부의 루이지애나주 끝자락 걸프만 연안에 매달린 이곳에는 지금도 야자수와 반쯤 단풍이 물든 숲이 무성하다.

도심의 북동쪽 끝을 이루고 있는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는 뉴 올리언스의 400년 역사가 숨쉬고 있는 곳이다. 재즈도 마찬가지다.

한때 프랑스와 스페인이 번갈아 지배했던 이 도시는 거리 이름에 영어와 함께 두 나라 말이 뒤범벅돼 있다. 잭슨 스퀘어와 올리언스 스트리트, 에스팔란데 애비뉴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름과 달리 18세기말 스페인 사람들이 건설한 프렌치 쿼터는 프랑스 말로는 뷰 카레(Vieux Carre)라고 불린다. 올드 스퀘어라는 뜻이다. 2층 또는 3층의 낮은 석조건물에 테라스가 있는 거리 풍경은 미국의 도시라기보다는 파리나 마드리드의 뒷골목을 연상케 한다.

프렌치 쿼터는 동쪽의 에스팔란데 애비뉴, 서쪽의 캐널 스트리트, 북쪽의 램파트 스트리트를 경계로 70블록으로 이루어져있다. 전 지역을 걸어서 관광할 만하다. 남쪽으로는 증기선이 떠가는 미시시피강이 흐르고 있다.

이 일대를 재즈와 연관지어 말하자면 대략 19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탕과 면화목장에 팔려온 흑인들은 프렌치 쿼터 북쪽에 있는 콩고 스퀘어라는 곳에 모여 노예생활의 한을 달래곤 했다. 이들은 고향인 아프리카 민요와 가스펠등을 부르다 흥이 오르면 한바탕 춤판을 벌였다. 이때의 춤과 노래는 재즈의 탄생에 밑거름이 됐다.

프렌치 쿼터의 낮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지배한다. 잭슨 스퀘어를 중심으로 수십명이 재즈를 연주한다. 미시시피강을 뒤로 하고 제 흥에 겨운 트럼펫주자, 카페의 한모퉁이에 진을 친 색소폰주자 등 「나홀로」 파들이 넘실댄다.

잭슨 스퀘어에 무대를 차려놓고 즉흥연주를 하는 재즈밴드도 서너팀은 족히 된다. 진짜 연주의 발길이 닿지 않는 레스토랑과 하다못해 구멍가게에서도 재즈를 틀어놓는다. 흐느적거리면서도 격렬한 리듬이 도시를 가득 메운다.

재즈 연주자는 대부분 흑인들이다. 하지만 재즈는 흑인만의 음악은 아니다. 세인트루이스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성자의 행진」 리듬에 맞춰 하객들과 잭슨 스퀘어를 누비는 백인 신혼부부의 모습은 이를 실감케 한다.

프렌치 쿼터의 매력은 밤에 더욱 빛을 발한다. 피터 스트리트와 버번 스트리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재즈다운」 거리다. 전통재즈를 즐길 수 있는 프리저베이션 홀에는 어둑해지면서 팬들이 몰려들어 문을 열기 직전에는 행렬이 20m쯤 이어진다. 입장료는 4달러로 싼 편. 그러나 무대 앞의 서너줄만 간신히 앉을 공간이 있을 뿐 교실 반만한 크기의 홀에 빼곡하게 들어찬 120여명은 서서 재즈를 감상해야 한다.

술과 음료도 팔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재즈에 빠져들며 연신 장단을 맞추고 즐거워 한다. 시카고에서 금의환향한 루이 암스트롱의 환영무대를 마련했던 그 유명한 아스토리아 댄스 홀도 매일 초만원이다.

식사와 술을 즐기며 재즈를 감상하려는 사람들은 팻 오 브라이언을 찾는 게 현명하다. 탁트인 무대에서의 공연 수준도 높은데다 거리 구경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즈를 연주하는 술집이 수없이 늘어선 프렌치 쿼터의 밤은 새벽 4시까지 불야성이다. 재즈는 영원하다.

◎루이 암스트롱 파크/‘재즈 거장’의 숨결 곳곳에…

프렌치 쿼터 북쪽에 있는 이 공원은 콩고 스퀘어 터에 들어서 있다. 19세기초부터 콩고 스퀘어로 불린 이 지역은 80년 4월15일 루이 암스트롱 파크로 개장했다.

뉴 올리언스와 재즈, 그리고 루이 암스트롱은 뗄래야 뗄 수 없다. 암스트롱은 20세기를 여는 1900년 미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뉴 올리언스에서 태어났다. 여섯살 때부터 프렌치 쿼터에서 노래를 불렀던 그는 13세때 소년원에 갇히게 됐고 그곳에서 기상나팔을 불곤 했다.

트럼펫연주자와 싱어로 명성을 쌓은 암스트롱은 1922년 킹 올리버 밴드의 일원으로 시카고에서 활동했다. 1932년에는 유럽무대에 진출, 조지아 영국왕 앞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암스트롱은 이후 「올스타 밴드」를 조직, 세계 각지를 돌며 「음악의 친선대사」로 활동했다. 그는 트럼펫과 트럼본, 클라리넷과 피아노, 베이스와 드럼이라는 전통재즈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암스트롱에 관한 일화는 수없이 많다. 그중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서로 전투를 벌이던 두 종족이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잠시 휴전했던 일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흑인노예 춤과 노래서 유래/재즈 페스티벌·뮤지엄 유명

재즈(Jazz)는 아프리카 말 재시(Jasi)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말은 「일상에서 벗어난 행위」를 뜻한다.

재즈의 뿌리를 콩고 스퀘어에서 펼쳐졌던 흑인 노예들의 노래와 춤에 둔다면 이 어원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흑인들은 들판에서 종일 일을 하다 일요일 하오 콩고 스퀘어에서 노래와 춤판을 벌였다.

재즈에는 그러나 흑인리듬 뿐 아니라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등 유럽의 민속음악이 녹아 있다. 재즈는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뉴 올리언스에서 지금의 형태가 완성됐다. 그리고 루이 암스트롱 등 대가들을 통해 뉴욕과 시카고 등 미국은 물론 전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재즈의 전파에는 뉴 올리언스출신 백인그룹인 「딕시랜드 재즈 밴드」의 공도 컸다. 1914년 닉 라 로커가 만든 이 밴드는 미국 순회공연을 하며 재즈를 미국의 댄스 뮤직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뉴 올리언스에서는 해마다 4월말부터 5월초까지 10일동안 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시 전역에서 벌어지는 이 페스티벌에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재즈 그룹은 물론 록, 고스펠, 리듬 앤 블루스, 컨트리 뮤직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이 총동원된다. 미 전역과 전세계에서 30여만명이 이 페스티벌을 보기위해 뉴 올리언스에 몰려든다.

프렌치 쿼터 동쪽끝에는 또 재즈 뮤지엄이 있다. 허름한 2층 건물인 「민트 박물관」 2층에 자리잡은 이 뮤지엄에는 버디 볼든, 번크 존슨, 암스트롱 등 대가들의 사진과 약력 등이 전시돼 있다.<뉴 올리언스="이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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