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인종분리주의 정권의 학살과 흑인 반정부 투쟁으로 피에 물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만델라 대통령은 흑백연합정권에 의한 평화를 이룩했다. 그는 이 한가지 일만으로도 천국에 갈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하지만 그가 신의 아들임을 보여주는 것은 그 일만이 아니다. 지난 7월 78세가 되는 생일에는 하루를 2,000여명의 불우아동과 함께 보냈다. 나라가 구제할 수 없는 가난 때문에 굶주리는 아이들 처지가 너무도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그날은 피폐한 국민경제를 일으켜 보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식민종주국 영국과 프랑스를 방문해 투자·원조 약속을 받고 돌아온 다음 날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장애아나 어려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어린이를 위해 모금을 하고 남몰래 뒤에서 돕는 의로운 이들의 얘기가 가끔 신문에 나기는 한다. 그러나 낯모르는 고아들을 자기 생일에 초대해 한끼나마 배불리 먹게 해준 정치인이 있었다는 소문은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의지할 곳 없음의 절망감은 정신적 허기를 가져온다. 그 허기를 면하게 하는 일은 이웃의 끊임없는 관심이다. 정치인을 비롯해 우리 사회 어른들 중 얼마가 이 허기진 고아들의 처지를 마음에 두고 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숨진 아버지의 시체를 숨긴채 열흘이나 혼자 지낸 초등학교 6년생 최군의 사연(한국일보 16일자 39면)은 가슴이 미어지게 한다. 학교나 이웃이 전하는 최군의 품성은 좀 내성적이기는 하지만 별 말썽 없고 성적이 중간정도인, 「눈에 잘 안 띄는」아이다. 그 최군이 경찰에서 『엄마 아빠가 모두 없으면 고아원에 간대요. 그래서 숨겼어요』라고 진술했다는 보도다.
고아원이 이 어린 소년에게 얼마나 믿지 못할 곳으로 인식됐으면 시체나마 아버지 곁에 있으려 했겠는가. 우선 복지당국이, 다음은 그 많은 사회사업단체들이, 마지막으로는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참회해야 할 일이다. 최군의 딱한 사정을 듣고 신문사에 도울 길을 물어오는 온정의 물결이 그나마 스산한 세밑을 훈훈하게 한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