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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북의 두 얼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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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북의 두 얼굴(사설)

입력
1996.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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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경제파탄, 그리고 만성적인 농업실패와 홍수로 인한 식량부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하지만 워낙 폐쇄적인 통제사회여서 과연 북한체제가 멀지않아 붕괴할 것인지 아니면 노력과 시간경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북한을 탈출한 김경호씨 일가의 기자회견은 어둠의 장막에 싸인 오늘의 북한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나 국민 모두가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김씨가족이 전하는 북한의 사정은 처절하다. 연초부터 식량배급이 중단되어 주민들은 강냉이죽, 풀뿌리죽 등으로 연명하여 대부분 영양실조상태이고 먹지 못해 결핵·간염에 걸려 있으며 임산부들은 먹을 것이 없어 자신의 태반을 고아먹는다는 소식은 참으로 눈물겹다.

결국 주민들은 밥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전쟁이라도 터졌으면 좋겠다는 자포자기의 상태이며 북한당국은 이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국경경비초소를 2∼3배나 강화하고 있다는 증언은 북한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짐작케 해주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북한체제에서의 출세의 등용문인 노동당 입당과 군입대를 기피하고 먹고사는 일에 더 몰두하고 있다는 풍조는 스탈린체제 이상으로 통제해 온 북한체제에 균열현상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반면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군부대는 언제나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게 식량·유류·피복 등을 100% 비축하고 매가정마다 화생방기재를 비치케 하고 있다는 얘기는 저들이 남침도발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오늘의 북한의 어려움, 난국을 어느 정도로 측정해야 하는가는 매우 힘들다. 김영남 외교부장은 독일TV와 회견서 동유럽의 몰락으로 무역대상국이 사라지고 또 홍수 등으로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시인했다. 또 존 도이치 미 CIA국장은 3년안에 남침도발, 경제난으로 붕괴, 남한과 협의로 점진적인 통일 등 3가지중 한가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북한이 조만간 무너질 것이라는 속단은 너무나 위험하다. 더욱이 정부의 고위책임자가 공공연하게 「북한붕괴론」을 되풀이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적지않다. 북한에 대해 남북대화재개를 역설하면서 붕괴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언제 붕괴되더라도 묵묵히 다각적인 대비를 서두르는 것이 순서다.

남북한은 분명히 동서독의 통합·통일과 다르다. 동서독은 상호 아무런 감정이 없는 상황에서 동독이 주민요구로 서독에 자진해서 흡수·통합된 것이다. 남북한은 전쟁을 겪었고 50여년간 적대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평화적인 통합과 통일로 가는 길은 지극히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잦은 붕괴론으로 자칫 국민들에게 안이한 자세를 갖게 할 오해가 있는 것이다. 가장 주목할 것은 모든 것을 100% 완비한 북한의 전쟁준비다. 정부는 무엇보다 도발대책마련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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