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깃발 든 신중한 보수파/‘중부권 맹주’ 자임하며 지역갈등 메우기 주력/“경륜있고 합리적” 평가속 구시대 이미지가 족쇄신한국당 이한동 상임고문은 최근 염곡동 자택에서 올 한해를 정리하며 「천도무친」이란 신년휘호를 썼다.
이고문은 『정치지도자는 사사로운 인연을 따지지 않고 공평무사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내가 주장하는 국민통합론과 맥이 닿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문은 올 한해동안 「중부권 역할론」을 좀 더 발전시킨 「국민통합론」을 기치로 내걸고 전국을 돌며 대중적 인지도 높이기에 부심해왔다. 「중부권 맹주」를 자임하는 이고문은 지역·계층갈등을 극복하는 「통합」의 논리가 가장 유용한 슬로건이라고 판단한 것같다.
그는 그동안 표면적으로는 말을 아끼면서 신중한 처신을 해왔지만 내면적으론 나름대로 세 확산과 대중성 확보에 치중해왔다.
이고문이 4·11총선때 주로 인천·경기지역을 돌며 『중부권 주민 2,000만명이 나서 3김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나 총선후 전국 15개 시도의 대학과 각종 단체 등에서 70여차례의 특강을 한 것도 그러한 행보의 일환이었다.
지난달 말에는 대통령특사로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 등을 방문하는 등 여권핵심부와도 교감을 쌓아왔다.
그러나 여론조사결과 그의 대중적 인지도나 지지도는 여전히 상위권에서 벗어나 있다. 그의 측근들은 『이고문을 선호하는 건전한 보수계층이 의사표출을 하지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반면 이고문측은 국회·당·행정부 등에서의 다양한 국정운영경험, 합리적이고 포용력있는 정치스타일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중한 성격이면서도 「한칼(일도)」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그의 과단성있는 스타일은 「안정속의 개혁」을 추진하는데 적임자라는 게 그 주변의 평가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5·6공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구시대인물이라는 이미지가 젊은층과 개혁지향세력에 거부감을 주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고문은 『그 시대에 정치를 했다는 것보다 어떤 정치적 역할을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정계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그는 올 한해동안 대권고지를 향해 행동반경을 넓혀왔다. 초·재선의원을 비롯 일부 중진의원들이 최근들어 이고문에 대한 지지를 공개표명한 것은 그의 당내 기지기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대권고지로 진입하려면 구시대 이미지 불식과 대중적 지지기반 제고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97대선과 이한동/잠재력 분출될까… 미풍에 그칠까
신한국당 이한동 상임고문은 요즘도 새벽이면 자택뒤에 있는 구룡산에 오른다.
그가 이 산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것은 92년 대선이후부터다. 그는 한때 두주불사형이었지만 이제는 술자리까지 멀리하고 대신 독서에 빠져 있다.
그는 구룡산에 오르는 사이 「9룡」으로 불리는 여권의 대권주자군으로 떠올랐다. 그는 올해초 의정보고서에서 『이제 조국과 민족을 위한 더욱 큰 길에 나서려고 한다』면서 『호랑이는 그림자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느냐』는 표현으로 사실상 대권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92년에도 당내경선에 도전장을 냈던 이고문의 대권도전 의지는 누구 못지 않게 강한 편이다. 때문에 그는 내년 상반기쯤 대권논의가 공론화하면 본격적으로 당내세력확장 및 대국민 홍보작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도자는 춘하추동을 겪으며 서서히 자라나는 느티나무와 같다」는 논리로 자신의 경륜을 부각시키는 한편 중부권출신이면서 「화합형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워 본선진출 티켓을 따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당내 일각에서는 『이고문은 끝까지 눈여겨 봐야 할 복병』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구여권출신이지만 여권핵심부 및 상당수 민주계 인사들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당내경선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는 『정치적 변혁과정에서의 역정을 살펴보면 내가 어떤 자세와 철학으로 정치를 해왔는지 알 것』이라며 이탈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최근 한 시사주간지가 이고문 진영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보도한 「97 잠실플랜」에는 『자유경선이 안되면 탈당해 김종필 자민련총재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어 관심을 모았다.
이고문이 경선레이스에 합류할 지, 아니면 대권고지에서 비켜갈 지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하지만 그가 중부권과 보수세력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잠재력때문에 차기대권향방에서 무시못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다.
◎8문 8답/“국민통합 리더십이 절실/개혁의 생활화에 주력을”
―차기대통령의 최우선 덕목은.
『우선 우리 국가의 근간인 자유민주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국가를 경영해 나갈 투철한 역사의식도 요구된다. 또 국가경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합리적 경영마인드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미래와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통찰력과 식견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만한 도덕성, 그리고 정직, 성실성, 책임감을 겸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할거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리더십과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덕목을 뒷받침할 실제적 경륜도 필요하다』
―최근 경제난을 해결하는 방법은.
『현재의 경제난은 기본적으로 「고비용·저효율」의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비용·고효율」구조로 전환하고 경제체질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활력이 넘치는 경제분위기를 창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기업들도 단기이익 추구보다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난국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따지기 전에 정부·정치권·기업·국민 모두가 대오각성하고 허리띠를 졸라매 새롭게 분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통일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옳은가. 향후 대북정책은.
『통일문제 접근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민족 자주 평화통일의 3대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갑작스런 북한붕괴에 대비, 국력을 배양하는 것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전쟁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과제다. 향후 대북정책은 이상은 높게 두되, 그 접근방법은 힘에 바탕한 현실적인 것이 돼야 한다』
―현행헌법의 대통령단임제에 대한 견해는.
『대통령제와 내각제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기능중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능력과 우리의 안보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상당기간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87년 현행헌법을 기초한 여야 8인 정치협상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 정치권과 일반국민의 염원이었던 정권교체와 단임실천 정신은 아직도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현행헌법에도 상당부분 내각제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리면 굳이 내각제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정부의 개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민개혁은 국가백년대계 차원의 큰 개혁으로서 21세기를 향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부문에서의 기본틀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개혁기조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시행세칙 차원에서 국민을 불편·불안하게 만든 부분은 조속히 보완해야 하고 앞으로는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살맛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개혁의 생활화와 실질화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당헌·당규상의 경선규정을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당의 경선관련 당헌·당규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만들어졌고 내용도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분적으로 불합리한 것이 있다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선후보 가시화와 경선시기는 언제가 적절한가.
『대권후보 가시화 및 경선시기는 당내의 의견수렴과정을 통해 자연히 결정될 것이다. 지금 국민들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안보와 경제적 어려움에 관한 것이다. 나라사정이 심각하기 때문에 우물안 개구리식의 대권논의는 한동안 접어두는 게 좋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전망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나 김종필 자민련총재 모두 정치적으로 벼랑끝에 서있는만큼 극적인 공조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두분의 정치역정이나 성향을 보면 힘들 것같기도 하다. 좀더 지켜봐야겠다』◎대권 어록/“조국과 민족위해 큰 길 나서려한다”
◇『이제 조국과 민족을 위한 더욱 큰 길에 감히 나서려고 한다』(2월, 의정보고서)
◇『중부권 2,000만 주민이 지역패권주의에서 벗어나 사분오열된 국론을 하나로 통합하는 조정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3월18일, 경기지역 필승결의대회)
◇『각 지역의 입장을 거중조정할 수 있는 공정한 정치세력의 등장이 필요하다』(7월18일, 신문로포럼 초청강연)
◇『민주정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유경선이라는 것이 너무도 보편적 원칙이다. 후보를 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두가 승복할만한 답안이 나오기도 어렵다』(8월21일, 한 시사주간지 인터뷰)
◇『국민통합의 정치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이해 당사자들이 국가의 총체적 발전 입장에서 문제를 보고 서로 각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갈등을 외적 에너지로 전환시켜 나가는 것이다』(10월31일, 원광대 행정대학원 특강)
◇『민주국가의 정치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도자는 춘하추동을 겪으면서 국민의 정성과 사랑을 거름으로 서서히 자라나는 한 그루 느티나무와 같다』(11월18일, 서울 영등포을 지구당개편대회)<정리=김광덕 기자>정리=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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