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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실종(결산 ’96한국경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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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실종(결산 ’96한국경제:3)

입력
1996.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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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외투자 33억불 ‘탈출’ 가속/“국내선 기업활동 어렵다” 산업공동화 재촉「임금은 2.2배, 공단분양가 5.5배, 물류비 2배, 공장설립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은 3배, 금리 1.5배…」 통상산업부와 전경련이 최근 조사·분석한 자료에서 나타난 국내와 국외의 평균적인 기업활동비용 격차이다.

평균 격차는 이 정도지만 국내기업의 기업활동비용을 부문별로 경쟁력이 높은 국가와 비교하면 사정은 또 달라진다. 중국에 진출해있는 건설업체인 H사는 현지에서 국내의 90분의1 수준에 불과한 임금을 주고도 어려움없이 생산활동을 하고 있다. 또 국내 공단분양가는 미국 등 선진국 평균에 비해 10배나 높고, 기업의 물류비용은 우리나라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동남아기업의 3배에 육박한다. 차입금리에 대한 부담도 경쟁국보다 턱없이 크다.

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가 공장을 지을 경우 6∼7개의 서류만 제출하면 현지공무원까지 나서 궂은 일을 도맡아주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무려 40개가 넘는 인허가서류가 필요하고 인허가기간도 평균 3년에 달해 기업들은 사업시작전부터 기가 질리고 만다. 우리경제의 「경쟁력성적표」는 이처럼 「F학점」 일색이다.

국내경제는 올 한해동안 경기연착륙 실패, 골깊은 불황, 무역수지적자 확대로 대표되는 3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어려움이 가중돼왔다. 그 근본원인은 「총체적인 경쟁력추락」으로 요약된다.

올들어 11월까지의 무역적자는 무려 186억달러를 넘어서 연말까지는 2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찌기 경험하지 적자폭이다. 반도체가격이 폭락하는 등 세계경기순환에 따른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무역적자확대는 경쟁력 상실에 따른 구조적이고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도체는 가격이 전년의 5분의 1수준으로 낮아져 더 이상 효자노릇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올들어 11월까지의 반도체 이외품목의 수출증가율이 전년의 26.5%에서 8.8%로 떨어진 현실은 다른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다. 기술력에서 앞서지도 못하면서 고비용구조속에 만들어진 상품이 경쟁력을 갖춰 잘 팔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가경제가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와중에 제조업투자증가율도 94년 56.2%에서 95년 43.5%, 올해에는 26%수준으로 급락해 앞으로도 경쟁력회복을 통해 무역적자축소와 불황탈출을 이루기 힘든 최악의 시련기를 맞고 있다.

러시를 이루고 있는 기업들의 해외탈출은 경쟁력이 땅에 떨어진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93년만 해도 682건(12억6,000만달러)에 불과하던 해외투자는 지난해에는 1,289건 30억6,400만달러로 늘어났고 올들어 10월까지는 1,134건 33억6,900만달러에 달해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해외진출은 낮은 비용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등 기대이상의 효과를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해외탈출은 국내에서는 고비용구조와 규제때문에 더 이상 기업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말기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산업공동화를 재촉하고 우리경제를 속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27위, 정부의 경쟁력은 33위라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경제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세계 중하위권의 경쟁력」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부문별로 냉철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실질적인 중장기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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