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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공황’ 오는가/심리적 ‘마지노선’ 680P도 힘없이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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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공황’ 오는가/심리적 ‘마지노선’ 680P도 힘없이 무너져

입력
1996.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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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외국인도 ‘팔자’로… 투자심리 실종/삼성전자 3년여만에 4만원대로주가가 「폭락 합병증」에 걸렸다. 경기침체와 수급불균형, 환율-금리상승, 외국인-기관투자가의 투매, 고가주의 대거 몰락 등 복합증상에 시달리며 16일 주가는 13.42포인트 하락, 연나흘째 연중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주가는 현 정권이 출범한 93년 2월25일의 주가수준(655)에 바짝 다가섰다.

증권사 객장에서는 『증시가 「부도」나는게 아니냐』 『투자자를 이렇게 벼랑끝까지 내몰 수 있느냐』는 격앙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도 『예상밖이다.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680선마저 무너진 만큼 더이상 할말이 없다』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끝없는 주가 추락세에도 불구, 『이제 빠질만큼 빠졌다』라기 보다 『언제까지 약세가 계속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투자자들을 심리적 공황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정부는 이날 하오 부랴부랴 증시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이처럼 때늦고 김빠진 처방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게 증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신축적 통화운용을 통한 금리안정 및 자금시장 안정도모, 고객예탁금 이용요율 인상 등은 이미 시장에 오래전부터 나돌았던 소문을 다시 반복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구체성이 없다는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동서증권 송태승 투자분석부장은 『정부의 증시부양책으로 주가가 1∼2일 일시적인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시장여건이 워낙 취약한 만큼 주가약세라는 대세는 달라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주가폭락은 장초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우량주들을 대거 팔면서 업종전반에 걸친 투매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16메가D램 가격 폭락소식 등이 전해지며 93년 11월30일이후 처음으로 5만원대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위기가 닥칠때마다 증시의 버팀목역할을 해왔던 기관과 외국인들이 「팔자」에 앞장서면서 주가폭락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주가폭락으로 4조2,000억원이상의 손실을 입은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5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지난해말 747원에서 최근 840원대로 급등하면서 외국인들도 이달중 300억원에 육박하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같은 투매양상은 경기하강과 주식수급사정 악화, 금리 및 환율상승, 노동계의 총파업위기, 일부 그룹의 자금난심화 등 악재가 첩첩산중으로 쌓여있기 때문이다.

우선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신용융자잔고가 2조9,084억원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고객예탁금은 2조5,000억원대에 머물러 무려 4,000억원의 편차를 보이고 있다. 신용융자잔고는 활황시 탄탄한 가수요역할을 하지만 약세장에선 악성매물로 둔갑, 주가의 발목을 잡는다.

회사채유통수익률은 12.48%로 꺾일 줄 모르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금리상승→주가하락→기업자금난 심화→회사채수익률 급등의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일관성없고 변덕스런 증시정책도 증시폭락에 한몫했다는 지적이 많다. 올봄 총선후 주가가 980선까지 올라서며 활기를 띠자 정부는 증시가 과열됐다고 판단, 기업공개물량을 대폭 늘리며 대대적인 공급확대정책을 폈다. 이후 주가가 급락한 것은 물론이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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