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항장은 불살… 감일등”/노태우씨 “수창추수자 차이 둬야”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재판장인 권성 부장판사는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양형기준과 정상참작 이유 등을 설명하면서 고서에 나오는 한자어를 많이 인용했다. 양형이유문은 죄인을 징치하는 왕조시대의 사헌부가 쓴 글같은 인상을 준다.
재판정 주변에선 재판부의 판결취지와 피고인들의 행동성향 등을 촌철살인격으로 간명하게 표현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역사적 공판에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를 필요 이상 사용했다는 비판이 엇갈렸다.
권부장판사는 전두환피고인에 대한 양형이유를 밝히면서 『자고로 항장은 불살이라 하였으니 공화를 위해 감일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군사반란과 내란으로 군의 기강을 문란케 하고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죄를 저질렀지만 6·29선언으로 민주회복과 정권교체의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한다는 의미다.
권부장판사는 노태우 피고인의 형량을 징역 22년6월에서 징역 17년으로 감경하면서 『수창한 자와 추수한 자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을 수 없으므로 피고인 전두환의 책임에서 다시 감일등 한다』고 설명했다. 쿠데타 주도세력과 추종세력을 엄격히 구분, 형량에 차등을 두었다는 뜻이다.
징역 7년에서 징역 3년6월로 감형된 장세동피고인에 대해서는 『막중한 공직의 책임을 사당의 은고보다 아래에 두었으니 딱한 일』이라면서도 『장피고인은 한 번에 끝낼 수도 있었던 영어의 고통을 세차례 거듭하는 딱한 점이 있다』고 정상참작이유를 밝혔다.
권부장판사는 허화평, 허삼수, 이학봉 피고인 등 이른바 보안사 3인방에 대해 『이들이 자시하여 피고인 전두환의 우익이 되고 함께 그 뜻을 성취하였으며 아직도 앙연한 뜻이 은연중 배어나니 이치로 말하면 피고인 전두환보다 책임이 가벼울 것이 없다』고 준엄하게 꾸짖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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