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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220억불 적자(결산 ’96한국경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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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220억불 적자(결산 ’96한국경제:2)

입력
1996.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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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구조·과소비 ‘합작 발병’/수출밑천 ‘저가물량공세’ 바닥나며 난국 초래올해 우리나라는 상품과 서비스 교역(경상수지)에서 무려 220억달러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사상 최대규모의 적자다. 교역규모는 세계 13번째이면서 경상수지 적자액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미국의 와튼계량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세계 5대 적자국인 미국(1,495억달러) 브라질(173억달러) 한국 독일(169억달러) 홍콩(167억달러) 가운데 다른 4개국의 적자규모(올 추정치)는 지난해와 비슷한데 비해 우리나라의 적자규모만 지난해(89억달러)의 두배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는 작년 경상수지적자 3위에서 올해 2위로 올라섰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외국으로부터 빚을 내 메우다보니 작년말 784억달러이던 총외채가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는 총외채규모가 아직 국민총생산(GNP)의 20%미만이어서 멕시코가 페소화위기를 맞을 때 GNP대비 총외채비율이 35.2%이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외채가 우리처럼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고 특히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단기외채가 93년 43.7%이던 것이 올 6월말 59%로 늘어난 것은 예사로운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220억달러 적자」는 안이한 기업경영과 고금리·고임금·고지가·고물류비·고규제 등 그동안 우리 경제안에 잠복해왔던 합병증이 한꺼번에 불거져 나온 결과다. 지난해까지 20∼30%씩 늘던 수출이 올 2·4분기엔 3.9% 증가에 머물더니 3·4분기엔 7.3%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것은 저가품시장에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에 밀리고 고가품에서는 선진국에 밀려 그동안 저가품 물량공세로 버텨온 고속성장의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너도나도 흥청망청 써대는 개인들의 헤픈 씀씀이도 적자경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올들어 9월말까지 신용카드사용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2% 늘어 45조원에 달했고 이중 6개월이상 연체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적자국가」에 「적자인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적자누적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도 외제 자동차 의류 화장품 수입이 1∼10월 각각 68.5%, 40.7%, 49.6%씩 계속 급증하고 있는 반면 국산품은 외면당해 재고가 쌓이고 있다. 1∼9월동안 고급 수입위스키도 1,409만병이나 팔려 작년(617만병)보다 2배이상 늘어나 전체 위스키 수입금액이 1∼10월 1억5,32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55.8% 늘었다.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20년이상 앞서가고 있는 일본 도시가계(4.0%)보다 우리의 외식비 지출비중(9.6%, 총소비지출대비)이 2.4배나 높다.

해외여행객(1∼10월 390만명)이 작년보다 24%가 늘어나면서 해외여행객들이 올해 지출한 여행경비가 정부예산의 10%에 해당하는 5조9,200억원에 이르는 것도 적자확대의 주요인(경상수지적자의 11%가량)이 되고 있다. 1인당 해외여행경비가 129만원(1,609달러)으로 제조업 상용종업원의 월평균 임금 120만원을 웃돌고 선진국인 미국(937달러)과 독일(640달러)보다 많다. 그러나 최근 공보처 여론조사결과 응답자의 93%가 『과소비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 『자신이 과소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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