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행남서 복제 큰 타격” 행남 “유행일뿐 복제 아니다”국내 양대 도자기 제조업체인 한국도자기와 행남자기가 「디자인 베끼기」시비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영세 도자기업체들이 선발업체들이 개발한 디자인을 무분별하게 베껴 쓰는 것은 도자기업계의 고질로 지적돼 왔지만 두 선두업체끼리 디자인복제를 둘러싸고 논쟁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문을 연 것은 한국도자기(대표 김성수). 한국도자기는 최근 『행남자기가 우리 회사의 주력상품이자 특허청에 의장출원까지 마친 「모닝캄」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 써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행남자기측에 「복제품 회수」를 촉구하는 공식항의서를 전달한데 이어 대한도자기공업협동조합에 「복제판매금지」를 중재해달라는 요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조합이 중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의장권에 근거해 형사고발은 물론, 손해배상청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도자기에 따르면 93년 회사창립 50주년을 기념, 1년여의 연구끝에 「모닝캄」이라는 본차이나 브랜드를 새로 선보여 30∼40대 주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주력상품으로 떠오른 이 브랜드는 은은한 옥색 바탕 위에 학·불로초·해·달 등 전통 십장생문양을 돌출기법으로 그려넣은 디자인이 대표적 특징. 지난해 7월에는 이 디자인에 대해 특허청에 의장출원(출원번호 제 13633호)까지 마쳤다. 하지만 올해초 행남자기가 이와 똑같은 디자인을 사용한 브랜드 「쥬리아」를 원제품보다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출시, 급속도로 판매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
한국도자기 관계자는 『시판초기부터 모닝캄의 판매량은 월 6억∼7억원을 넘어서며 급속히 신장하는 추세였는데 행남이 쥬리아를 내놓은 이후 판매량이 엄청나게 떨어졌다』며 『연구 개발에 투입된 유무형의 자산을 제외하더라도 연간 피해액이 1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행남자기(대표 김용주)는 「결코 수긍할 수 없는 억지주장」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행남자기측은 『도자기의 재료나 제작기법 등은 이미 평준화해 있는 상태여서 복제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힘들 때도 많다』며 『디자인 역시 유행을 타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육안에 의한 판별로 전체 분위기나 색조가 서로 엇비슷하다고 해서 복제품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남자기측은 또 『우리회사 역시 「세비앙 콜렉션」 등 많은 브랜드가 다른 업체들에 의한 디자인복제로 피해가 많다』며 『디자인베끼기가 도자기업계의 잘못된 관행이라면 이를 뿌리째 근절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위해 공동노력하는 일이 시급하지 사안별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신개발 디자인을 특허청에 의장출원할 경우 정식등록이 돼 「의장권」을 인정받기 까지는 통상 1∼2년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한국도자기의 「모닝캄」의 경우 의장출원은 했지만 아직 등록은 못받은 상태. 이런 경우 선출원자라해도 해당 디자인에 대한 독점권을 보호받을 수 없다. 디자인베끼기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같은 제도적 맹점에서 비롯되고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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