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통일노력 견제속/외교고립 벗어나기 과제올해 3월23일 대만 사상 첫 직선제 총통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리덩후이(이등휘·73)는 승부사다. 88년 장징궈(장경국) 전 총통을 승계하고 90년 국민대회에서 간선으로 총통에 당선됐을 때만해도 사람들은 그가 추후 집권방식에서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예상을 깨고 과감한 도박에 나서 당당하게 재집권했다. 꺼내든 카드는 민주화 정치개혁이었다. 개혁의 정점은 94년 단행된 총통직선제 개헌이다.
이총통의 도박은 대내외적 도전에 대한 응전이었다. 내부적으로는 다수 대만출신의 독립열기와 권력을 독점한 대륙출신에 대한 불만을 더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바탕이 됐다. 외부적으로는 갈수록 벌어지는 중국과의 국력차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고립정책을 타개할 필요가 있었다.
이총통의 개혁은 따라서 「대만의 신 생존전략」으로 요약된다. 민주화를 통해 정권의 정당성을 획득, 강력한 지도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공산독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우호적 국제여론을 조성하는 데 있다.
그의 도박은 일단 성공했다. 총통선거에서 53.42%의 과반수 지지율을 기록해 정통성을 얻었다. 자신이 대만출신인데서 오는 국민의 심정적 지지도 확보했다. 게다가 그는 선거 전후 중국이 6차례의 무력시위를 감행한 덕분에 대만문제를 국제화하는 부수입도 얻었다. 미국이 베트남전 이후 최초로 2개 항모전단을 극동에 파견, 세계적 관심을 증폭시킨 것이다. 중국은 당초 선거에서 표출될 대만의 독립열기를 꺾고 이총통에 대한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무력시위를 벌였지만 역효과만 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가 추진하는 「대만의 국제적 생존공간 확보」노력이 중국의 정책과 정면충돌하기 때문이다. 이총통은 외교적 위상강화를 통해 대만인의 독립의지를 중화시키고 지속적 경제성장의 토대를 구축하려 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것을 점진적 대만독립·현상고착 노선으로 해석한다.
내년 7월 홍콩주권 중국반환은 이총통에게 최대 고민거리다. 대만의 대중국 투자 거점인 홍콩이 중국의 직접적 관할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만경제의 중국종속 심화와 대만의 발언권 약화로 귀착된다. 중국은 이미 홍콩과 99년 마카오 주권반환에 이어 2000년 완전통일을 이룬다는 청사진을 준비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만의 국제적 지위를 강화하려는 이총통의 신생존전략은 이제 출발선상에 놓였을 뿐이다.<배연해 기자>배연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