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굴지의 미국 항공기제작회사 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MD)가 15일(한국시간 16일 낮) 합병방침을 공식발표했다. 이로써 세계최대의 항공·우주산업체가 탄생하게 됐다.「보잉」으로 명명될 합병사는 매출액 480억달러에 종업원만 18만명. 이 회사는 세계 2위의 항공기제조 컨소시엄인 유럽의 에어버스를 제치고 민항기에서 군용기, 우주선 등 항공우주 분야의 모든 부문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전망이다. 회장은 필 콘디트 현 보잉 회장이 차지하고 사장은 해리 스톤사이퍼 MD회장이 맡는다.
콘디트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병계획을 『항공우주산업의 역사적 순간』이라며 『완전합병에는 적어도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합병은 반트러스트법 저촉 여부 조사를 거쳐 연방정부의 승인이 나야 한다.
두 회사의 합병은 세계 항공기 시장이 미국과 유럽의 양자대결 구도로 좁혀지면서 보잉이 결정적 우위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보잉으로서는 FA18 호넷전투기와 AH64 아파치헬기 등을 생산하는 MD의 탁월한 방위산업 기술을 확보, 록히드 마틴과 2파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 차세대전투기 수주전에서 우위에 서게 됐다. 또 내년에 선정될 14억달러 규모의 미국 상용우주왕복선 수주에서도 록히드 마틴과 얼라이언트 테크시스템스를 밀어낼 수 있는 강점을 갖게 됐다.
이번 합병소식은 에어버스에는 한마디로 충격이다. 에어버스는 조만간 250∼400석 규모의 장거리여객기 시장에서 3,600여대의 신규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A340을 개량, 이중 절반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합병을 계기로 「슈퍼점보」(보잉777 등 차세대 초대형여객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보잉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독일 다임러 에어로스페이스,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 영국 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인 콘스트룩시오네스 아에로나우티카스로 구성된 에어버스로서는 민간·군용기 부문을 한 데 합치는 통합체제를 서둘러 추진하는 한편 의사결정과 생산체계의 비효율성을 시급히 개선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번 합병은 민항기 경쟁에서 밀려나 방위산업에 의존해 온 MD가 지난달 미국 차세대 전투기 수주전에서 탈락, 대수로 3,000대, 금액으로 1조달러가 넘는 시장에서 완전히 패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존립기반이 위태로워진 MD와 몸불리기를 통한 공세적 효율화를 꾀하는 보잉의 뱃심이 맞아떨어진 것이다.<이광일 기자>이광일>
◎미 기업 인수합병 순위
①RJR 나비스코사,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사 합병. 250억달러. 89년 계약.
②벨 애틀랜틱사, 니넥스사와 합병. 주식교환가치 227억달러. 올 4월 22일 발표.
③월트 디즈니사, 캐피털 시티/ABC 매입. 현금 및 주식 190억달러. 96년 계약.
④SBC 커뮤니케이션사, 퍼시픽 텔레시스그룹 매수 합의. 주식가격 167억달러. 올 4월1일 발표.
⑤월드콤사, MFS 커뮤니케이션사 인수 합의. 144억달러. 올 4월26일 발표.
⑥웰스 파고사, 퍼스트 인터스테이트 밴코프사 인수. 142억달러. 96년 계약.
⑦워너 커뮤니케이션사, 타임과 합병. 141억달러. 90년 계약.
⑧크라프트사, 필립모리스 합병. 134억4,000만달러. 88년 계약.
⑨걸프사, 스탠더드 오일 합병. 134억달러. 84년 계약.
⑩보잉사, 맥도널 더글러스 매수 합의. 133억달러. 올 12월15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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