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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연인 ‘줄리’를 보고/“철저한 작품해석·담백한 연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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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연인 ‘줄리’를 보고/“철저한 작품해석·담백한 연기력”

입력
1996.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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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다운 연극”「경박한 패러디나 외국 흉내내기, 어설픈 창작극에는 질렸다. 연극다운 연극을 보고싶다」. 그렇다면 극단 연인의 스트린드베리 작 「줄리」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걸작 희곡과 좋은 연기 앙상블, 진지하고 창의적인 연출이 만나 정통연극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스트린드베리는 세계연극사에서 사실주의 및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꼽히는 스웨덴 극작가. 줄리의 주요 인물은 서로의 가슴에 칼을 겨누고 벼랑 끝에 선 것처럼 보인다. 북구 스웨덴의 성하절 전야, 변덕스럽고 콧대높은 귀족 처녀 줄리는 축제 분위기에 들떠 하인 장과 하룻밤을 지낸다. 한 순간의 실수로 「하인의 정부」로 전락한 줄리는 수치심과 앞날에 대한 두려움에 떨지만 장은 줄리를 이용한 신분상승을 꿈꾸며 군림하는 자세를 보인다. 결국 줄리는 자살하고 장은 하인의 자리로 돌아간다. 줄리 역의 배유정은 강렬한 에너지로, 장 역의 이경우는 담백함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의 연기 앙상블은 대결과 갈등의 구조를 생생하게 살린다.

박철완의 연출은 지성적이다. 줄리와 장이 사회적 관계의 선을 넘어서는 순간을 가면 쓴 인물들과 헝겊 인형을 이용해 처리한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줄리」는 극단 연인의 창단기념작이다. 이들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29일까지 성좌소극장<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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