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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 실패(결산 ’96한국경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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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 실패(결산 ’96한국경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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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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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처방 나라살림 빚더미/수출부진·재고누적속 오락가락정책 혼란 가중올해 우리나라 살림은 경상수지 적자규모 세계 2위, 총외채 1,000억달러가 말해주듯 적자투성이다. 기업들의 채산성은 크게 떨어졌고 실업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경기 연착륙이 무난하다고 장담하던 정부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7%대 성장, 3%대 물가안정, 국제수지 흑자전환」으로 요약되는 문민정부 신경제 5개년계획은 꿈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경제가 이처럼 비틀거리는 것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1차적인 원인이 있지만 무원칙한 경제정책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는 올해 상황에 따라 주요정책을 원칙없이 수정하는가 하면 행정편의적 정책 또는 졸속정책을 남발했다.

이러한 사태는 안이한 경제예측과 무리한 욕심에서 비롯됐다. 연초 정부가 밝힌 올 경제운용의 핵심은 경기 연착륙과 물가안정, 경기양극화 완화 및 구조조정 지원 등으로 서로 상반된 요소가 많은데도 우선순위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쫓기는 바람에 정책이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었다.

총선을 앞둔 1·4분기에는 정부공사를 조기발주하는 등 부양책을 쓰다가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자 행정력을 동원했다. 한편으론 재벌을 달래고 다른 편에선 중소기업 챙기기에 급급했다. 2·4분기들어 수출부진으로 채산성이 악화한 업계는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1·4분기 7.9% 성장에 고무돼 이를 일축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의 18%를 차지했던 반도체가격이 급락, 수출에 큰 차질이 우려되는데도 일시적 현상이라며 가볍게 넘겼다.

하반기들어 고비용구조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구조적인 대응책을 제시했지만 갈수록 단기·대증적인 대책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고 경제팀이 바뀐 8월부터는 「경쟁력 10%이상 높이기」를 내세워 백화점식 대책으로 현안에 매달렸다.

이렇듯 경제운용이 흔들리다보니 각종 정책에서 원칙이 사라졌다. 현대의 제철업 진출불허는 일관성없는 재벌정책의 대표적인 예다. 부처간 협의없이 한때 허용까지 시사했던 통상산업부는 재정경제원에서 불가방침이 흘러나오자 사업신청도 안된 상태에서 공업발전심의위원회를 소집, 불가를 공식화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은 기업활력을 높여야 한다며 친족독립경영회사제 도입을 백지화하는 등 크게 후퇴했고, 공기업민영화도 「전면, 조기추진」으로 추진하다 경영효율화로 꼬리를 내렸다. 노동법개정작업도 「연내 불가」에서 「연내강행」으로 수없이 왔다갔다 했다.

금융자율화를 표방하면서 금리 자금운용 등에 대한 간섭은 여전했다. 주식시장과 관련, 4월 총선후 금융기관증자재개 등 물량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가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이를 번복하는가 하면 한국통신주 매각이 부진하자 주식시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장방침을 발표하는등 신뢰성·일관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졸속정책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노동법개정안과 함께 내놓은 근로자지원책중에는 합의가 아예 안됐거나 재경원 등의 반대로 실행이 어려운 것도 많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과 건설교통부가 추진한 「미래형 도시건설계획」은 돌연 백지화되기도 하는 등 정부내에서는 『부처간 조율이 안돼 고민』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최근 고개숙이는 공무원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부처간 협의를 끝낸뒤 발표는 신한국당에 양보하고, 그린벨트와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해제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소신있게 『노』라고도 못한다. 위천지역 국가공단 지정 등 미묘한 사안은 아예 당쪽에 미루고 있다.

그 결과 당초 정부의 최대 목표였던 연착륙은 실패했다. 현재 정부는 올해 성장률 7%, 물가 4.5%, 경상수지 적자 22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지수상 연착륙에 가깝지만 수출부진과 재고누적속에서 생산조정을 못해 체감경기는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정부도 이 점은 동의하고 있다. 재계에선 문민정부가 출범초 신경제운영의 3대 원칙으로 제시한 일관성 예측가능성 투명성에 충실해지길 요구하고 있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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