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그리스·로마신화/소설적 구성 쉽게 풀어 써『지성의 여신 아테나(미네르바)는 키가 크고 마른데다, 갈색 머리에 초록빛 눈, 생각에 잠긴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처럼 선정적이지는 않았지만 좀 더 뛰어난 아름다움이었다. 아프로디테가 마릴린 먼로를 닮았다면, 아테나는 차라리 그레타 가르보 같은 미인이었다』
그리스·로마 신화.
큰 맘 먹고 꺼내 보다가도 이름조차 외우기 힘든 낯선 신들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에 기가 질려 한 두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도로 책꽂이에 꽂아버리고 마는 「필독 서양 고전」. 그래서 우리에게 늘 서구 문화의 뿌리에 대한 턱없는 지식 결핍감을 느끼게 하는 「미운 오리새끼」 같은 책.
드니 랭동의 「신들은 신난다」(윤정임 옮김, 솔 간)는 아프로디테와 아테나를 각각 마릴린 먼로와 그레타 가르보에 비교하는 식의 재치와 익살로 이 그리스·로마 신화를 신나게 읽을 수 있도록 한다.
드니 랭동은 프랑스의 유명 여론조사기관인 소프레스의 창설자. 그가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이 신화서를 쓴 것은 여섯 명이나 되는 자녀들에게 매번 그리스·로마 신화를 들려주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신화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심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래서 책은 부제 「소설처럼 읽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알 수 있듯, 쉽고 재미있다.
랭동은 이를 위해 우선 연대기적 서술을 버리고 나름의 소설적 구성으로 신화를 재편성한다. 반복되고 복잡한 이야기들을 과감히 생략해 독자들이 신화 속 신들의 가공할 이야기에 질식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어려운 수사와 현학을 배제한 단순하고 평이한 문장을 쓴 것은 그의 또 다른 장점이다. 그래서 신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진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그들이 진짜 인간과 다른 점은 『아무리 더워도 땀을 흘리지 않고, 해를 직접 바라봐도 눈을 깜박이지 않고,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것』 뿐.
『죽은 자들의 넋두리를 듣는 것보다는 살아있는 자들의 자질구레한 근심을 듣는 일이 낫다』는 신 오디세우스의 말처럼, 랭동은 독자들을 강요하지 않고 신화의 세계로 데려간다. 책 중간중간에 쓰인 그리스 토기의 그림, 조각상, 명화들에 나타난 신들의 모습을 함께 감상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의 하나.<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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