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트로이카(개혁)가 한창이던 80년대 후반 무렵, 소련에는 다음과 같은 풍자적인 얘기가 나돌았다고 한다.『사회주의라는 열차가 있다. 레닌은 스스로 곡괭이를 휘둘러 레일을 깔아 열차를 운행토록 했고, 스탈린은 죄수들로 하여금 강제로 레일을 깔게 해 열차를 운행시켰으나 브레즈네프는 움직이지도 않는 열차의 차창에 커튼을 쳐놓고 승객들로 하여금 열차를 흔들게 해 운행하는 체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커튼을 전부 걷어버리고 세계를 향해 「보아라! 여기엔 레일이 없다」고 외쳤다』
이 이야기는 구소련의 당시 시대상황이 페레스트로이카가 불가피했음을 전하고 있다. 15개 공화국에 100개가 넘는 민족이 하나를 이루는 다민족국가, 이런 열악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고르비라는 개혁적인 인물로 인해 거대한 소련은 차차 그 본래의 모습에서 일탈하게 된다.
1985년 서기장이 된 고르비는 겨우 54세였다. 전임 체르넨코가 서기장이 된 것이 73세였고 체르넨코의 전임자 안드로포프는 69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퍽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미국서 발간된 그의 저서 「페레스트로이카」에서 그는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일하는 사람의 창의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일한 만큼 보수를 늘리는 방안, 이것이 페레스트로이카』라고 정의한바 있다. 탈공산화,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근 구소련 반체제작가 솔제니친이 러시아개혁의 허구성을 지적해서 화제다. 그는 올해 옐친의 재선출을 일컬어 『공산주의 부활을 겁낸 유권자들의 대안 없는 선택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고 있다. 그는 또 러시아지도부가 자신을 추방했던 공산주의자들보다 결코 낫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 경제가 엉망이 돼 하루살이가 고달픈 러시아에서의 개혁은 「거대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그의 사자후를 우리도 새겨들을 필요는 없을까.<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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