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론환차손 급증·외자이탈초래 등 부작용 심각최근 환율논쟁이 경제정책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화환율을 올리는 길밖에 없다는 「절하론」과 환율상승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인위적 절하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환율논쟁은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연초 재계가 『수출진작을 위해 환율절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시작돼 최근 김영삼 대통령이 『내년 경상수지 적자를 올해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시」하자 경제운용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에따라 내년 경제운용방안을 짜고 있는 현 경제팀이 어떤 환율정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책당국이 경상수지를 단기간내 줄일 수 있는 처방전에는 「이론상」 경제성장률을 낮추거나 환율을 절하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경제성장률을 5.5%대로 낮춰야 내년 경상수지적자규모가 130억달러로 줄어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것은 「감속성장」을 통한 적자감축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당국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실업률이 올라가는 긴축정책을 택할 리 없다는 관측때문에 환율정책이 「유일한」 국제수지 방어책으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원화환율이 급등세를 보인 것도 당국이 환율절하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며 원화환율이 달러당 900원선까지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외환딜러들은 원화환율의 최근 급등세속에서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하지 않다가 뒤늦게 나선 것도 환율절하정책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절하론」을 주장하는 쪽은 원화환율을 절하할 경우 기업들의 수출채산성 호전으로 수출이 늘어나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화환율이 작년말에 비해 8.8% 올라 수출업체들이 작년말(달러당 774원70전)에 비해 달러당 68원을 더 버는 효과를 얻게 됨에 따라 수출가격을 낮춰 수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입가격은 올라 수입이 억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절하를 반대하는 쪽은 환율절하정책이 경상수지적자는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증시침체를 가속화시키고 기업들의 막대한 환차손과 원리금상환부담을 늘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유 곡물 자본재 등은 환율변동과 관계없이 불가피하게 수입해 올 수밖에 없고 자동차(10월현재 68.5%) 의류(40.7%) 화장품(49.6%) 등 사치성소비재의 수입도 원화환율 상승에 아랑곳하지 않고 급증, 원화환율이 오르면서 수입물량이 늘어 외화지출이 억제되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해외여행만 해도 원화환율상승으로 해외여행경비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급증세를 유지, 경비지출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또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한 환율절하정책은 외국자본의 이탈을 초래, 증시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이미 2조500억원에 달한 기업들의 환차손을 더욱 늘리고 대외부채 원리금상환부담까지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투자자들이 최근 국내 증시를 떠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원화환율 절하에 따른 막대한 환차손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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