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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잇는 농업/김귀영 풀무협동조합 간사(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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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잇는 농업/김귀영 풀무협동조합 간사(1000자 춘추)

입력
1996.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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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일본 농촌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표고버섯을 전문적으로 재배해 온 농가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댁에는 아들이 두 명 있는데 그 중 큰아들이 아버지 뒤를 이어 농장일을 함께 하고 있었으며 둘째 아들은 도시에서 회사원 생활을 한다고 했다. 큰 아들에게는 또 아들이 둘 있는데 큰 애가 다섯살, 작은 애가 세살이었다.버섯농장에 들어서자 어른들 목장갑과 나란히 어린아이용 목장갑, 작은 쟁기와 호미, 경운기처럼 보이는 놀이기구가 있었다. 흥미를 느껴 물어보니 『큰 손자가 부지런하고 일을 잘 할 것 같은 자질을 보여 농장의 후계자로 정하였다』고 했다. 다섯살배기 꼬마는 지금부터 농장에서 일하면서 노는 법을 배우고, 놀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다고 했다. 『물론 나중에 선택이야 순전히 본인의 자유이지만 아마 농사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며 껄껄 웃는 일본 농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의 손은 거친 일로 갈라지고 터져 진물이 흘렀다. 우리와 얘기하는 중간에도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갈아대고 있었지만 그가 가꿔온 농장이 자신이 죽은 후에도 영원하리라는 믿음만은 확고해 보였다.

물론 그 댁은 비교적 부유한 농가였지만 그밖의 여러 농가에서도 자신의 자식을 농업의 길로 인도하려는 부모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21세기 농업현실을 긍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농민과 어울려 살며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해온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내 주변에서 지금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 중에 누가 자식에게 열심히 농사를 지으라고 권할까」하고 회의했다.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타산도 맞지 않고 빚만 늘어가고 무엇을 심어야 할 지조차 모르고 총각들은 장가도 못가는 농민이 되라고 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충남 홍성에 돌아온 나는 가까운 친구에게 다짜고짜 『자식한테 농사지으라고 할꺼야』라고 물었다. 『물론 그 아이 자유지만 가능하면 농사 짓도록 유도해야지』라고 명쾌하게 대답하는 그를 보며 몹시 뿌듯했다. 이런 농민들에게 이제 국가도 21세기 농촌의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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