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흥 불구 통치력은 아직 검증단계이탈리아의 정치사에서 연대기표에 오를 「사건」이 올해 일어났다. 4월 총선에서 「올리브 나무연합」의 지도자 로마노 프로디(56)가 승리, 총리직에 올라 2차 대전이후 최초의 좌파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현재 집권 7개월째를 맞고 있는 프로디 총리는 언론들에 의해 기적적이라고 표현되고 있을 정도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프로디 총리는 지난달 큰 개가를 거뒀다. 92년 유럽연합 환율체제(ERM)에서 축출된 통용화폐 리라를 4년만에 다시 복귀시키는데 성공, 이탈리아의 체면을 살리고 총선 공약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이로써 그는 「99년 유럽단일통화 체제 가입」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유리한 입지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통화체제 가입조건을 맞추기 위한 정부 정책들이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사회보장비용 삭감 등 정부의 97년 긴축예산안에 대한 국회통과 전망이 한결 밝아졌으며 내년부터 도입키로한 「유로(EURO)세」의 명분도 서게 됐다.
ERM 복귀는 특히 북부지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북부동맹」측의 분리독립 주장 등 정치적 공세를 누를 수 있는 무기가 된다는 점에서 취임이래 프로디 총리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취임이후 이탈리아 경제는 물가상승률이 지난 수십년이래 최저로 떨어지는 등 비교적 안정궤도를 그리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역대 정권들이 출범초기부터 삐그덕거려 지난 20년간 평균수명이 11개월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의 통치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은 이제부터다. 프로디 총리는 자신이 최대 당면과제로 삼고 있는 사회복지제도 개혁문제에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산재건당이 사회복지 축소에 반대노선을 취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정권내의 공감대 도출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또 역대정권들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던 노사문제는 이미 현안이 돼있다. 노조의 선봉대인 엔지니어링부문 노조는 최근 실질구매력을 기준으로하는 임금제 도입을 요구하며 정부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들과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동계 전체로 파장이 확산, 그렇지 않아도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프로디 총리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경제학자출신으로 별다른 정치기반 없이 「좌파 실험호」의 선장역을 맡고 있는 프로디 총리가 신세기의 이상적인 지도자로 안착할지 아니면 좌초할지 귀추가 주목된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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