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비상위해 둥지 튼 외기러기/9년 홀로서기 한계 절감/여 입당 총선공헌 불구 ‘원외’ 설움 조용한 행보/당내 지지세력 적어 고민신한국당 박찬종 상임고문은 『96년은 결단의 해였다』고 말한다. 87년말이후 9년동안 「홀로서기」를 시도하다가 올해 1월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에 입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4·11총선에서 전국구 21번을 배정받아 「금배지」를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박고문은 올 한해를 정리하며 『후회는 없다. 혼신의 힘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박고문이 신한국당에 둥지를 튼 까닭은 무엇인가. 그는 『고심끝에 문민정부 개혁의 틀을 계승하기 위해 입당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 이유는 그가 제2의 정치적 도약, 즉 대권도전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필마단기의 한계를 절감한 것도 계산한 듯 하다. 그는 87년 야권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며 통일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과 군소정당을 전전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3김청산」 「세대교체」 등의 기치를 내걸고 대중적 지지도를 높여왔으나 거대정당의 벽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지난해 서울시장선거에서 33.6%의 지지를 얻고도 낙선한 것은 독자노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그는 이회창 고문과 비슷한 시기에 입당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신한국당의 15대총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입당후 자신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작업에 부심해 왔다. 박고문진영은 요즈음 「PC―UP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PC는 박찬종의 영문머리글자이고 「UP」은 「올린다」는 뜻이다. 우선 그는 기존의 장점은 살리는 대신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조직에 융화하는 화합적 이미지를 심고, 신한국당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튀는」 언행을 자제해왔다. 때문에 그는 당지도부를 겨냥하는 발언을 자제했고 최근 이회창 고문의 「더러운 정쟁발언」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내년 대선의 최대이슈가 경제회생방안이라고 보고 「경제전문가」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치중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공단·시장 등 경제현장을 찾았고, 최근에는 「신국부론」이란 경제저서를 펴냈다. 이와 함께 원외인사라는 「장점」을 살려 한달에 10여차례씩 대학과 사회단체 등이 초청하는 특강에 나서면서 유권자들과 다양한 접촉을 해왔다. 박고문에게 있어 96년 한해는 신한국당의 대선주자가 되기 위한 준비의 해였다고 할 수 있다.
박고문은 각종 여론조사결과 대중적 지지도에서 선두그룹을 달리고 있다. 대중적 지지도가 대선주자의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독불장군」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불식과 취약한 당내지지기반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97대선과 박찬종/민심 인기로 낮은 당심 극복할까
「민심 당심 김심을 모두 신경써야 한다」
신한국당 박찬종 고문진영은 대권고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3심」중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당심은 당원 및 대의원들의 마음이고, 김심은 김영삼 대통령의 의중을 뜻한다. 박고문은 신한국당 입당이후 지금까지 민심 및 김심잡기에 주력해왔다. 반면 당심관리는 비교적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가 4·11총선이후 민생현장을 누비고 활발하게 「특강정치」를 해온 것은 민심 끌어안기작업의 일환이었다.
당내기반이 취약한 그는 김대통령의 마음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총선직후 김대통령을 독대했을 때 『대권논의 가열을 막기 위해 연내까지는 당내인사들과의 접촉을 삼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심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나는 김대통령이 박고문에게 우호적이라는 시각이다. 또다른 측면에서는 김대통령은 개성이 강한 박고문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박고문은 내년초부터는 현역의원 등 당내인사들을 본격적으로 접촉할 계획이다.
「내년 이맘때 과연 어디에 서있을까」 이같은 물음에 박고문은 『최선을 다하되 국민과 하늘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소망은 두말할 필요없이 당내경선에서 주자로 선정돼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다. 박고문측은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대중적 지지도가 높고 선거에서 수차례 검증받은 사람이 유리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박고문은 야권 후보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민심향배는 더욱 예민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김심이 자신에게 쏠릴 것임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만약 그가 경선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탈당을 결행할 것인지, 아니면 당에 남아 다른 대선후보를 지원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박고문은 『대선후보가 되지못해도 끝까지 당에 남을 것』이라며 일단 탈당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뜻을 이루질 못할경우 탈당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권주자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97년은 그의 정치역정에서 성패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8문 8답/“내각제는 정치혼란 초래/여당 경선규정 흠결있다”
―차기대통령의 최우선 덕목은.
『우선 강력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출과정에서 흠결이 없이 도덕성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최소비용으로 투명하고 가난한 선거를 실천할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또 이제는 국가를 통치하기보다는 경영관리해야 하므로 경제마인드를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부정부패를 추방하고 근절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을 갖추고 역동적이고 활력있게 일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최근 경제난을 해결하는 방안은.
『경제난 해결의 우선적 과제는 무역적자 해소와 외채축소이다. 정부의 경제관료들이 결연한 의지를 갖고 절제와 내핍의 본을 보여야 한다. 기업은 경영투명성으로 근로자와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근로자는 당분간 명목임금 상승을 자제해야 한다. 국민들은 또 외제선호, 사치 등을 삼가야 한다. 특히 금리인하와 임금안정을 위해서 지하교육비를 줄이는 교육개혁과 주택을 획기적으로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통일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옳은가. 향후 대북정책은.
『융해적, 융합적 통일이 돼야 한다. 먼저 남북상호간에 화해, 화합, 동질성회복으로 실질적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 정치적·법적 통합은 수술부위가 아물고 난 뒤 실밥을 뽑는 것과 같은 사후적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해 우리쪽에서 조급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 우리 내부의 정치 경제 문화적 내실을 다지는 것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그러나 대량탈북사태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현행헌법의 대통령단임제에 대한 견해는.
『민주화과정의 많은 희생 위에서 대통령단임제 등 현재의 문민정부 틀을 형성했다. 우리의 대통령제는 부분적으로 개선소지가 있지만 통일이 될 때까지는 골격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대통령중임제는 정경유착과 부패를 촉발할 가능성이 더 높아 부적절하다. 특히 대통령이 취임직후부터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중임제에서도 두번째 임기말에는 단임제와 똑같이 레임덕현상이 생길 수 있다. 내각제는 정경유착과 함께 지역갈등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또 정당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내각제는 정치적 혼란을 낳을 수 있다』
―현정부의 개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계엄적 통치·고문수사·언론탄압 등 어두운 그늘을 청산하고, 대통령이 돈한푼 받지않고 실명제와 지방자치제를 실시하는 등 과거와 다른 새로운 틀을 만들어냈다. 이 틀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 이 성과들은 계승·발전돼야하고 그 바탕위에서 문민2기 국가경영관리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현행 당헌·당규상의 경선규정을 어떻게 생각하나.
『8개 시도에서 골고루 대의원 추천을 받아야 후보로 등록할 수 있는 경선규정은 물리적으로 흠결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극단적인 경우 경선후보가 한명밖에 등록할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특정지역에서 한 후보가 대의원 서명을 독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후보선출과정이 국민의 눈에 부자연스럽지 않고, 불공평하게 되지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선후보 가시화와 경선시기는 언제가 적절한가.
『후보가시화는 당과 국민의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질 때 자연스럽게 시작될 것으로 본다. 특히 전략적 측면에서 후보선출은 야당보다 늦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한 전망은.
『야권후보 단일화문제에 내각제가 결부돼 있어 유감이지만 그밖의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다. 신한국당은 야권후보단일화여부에 관계없이 내부적 단결을 도모하고, 경쟁력있는 후보를 뽑아내야 한다. 누구를 내세워도 이길 수 있다는 말은 옳지않다. 신한국당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과 계층에서 고루 표를 얻을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당의 결속에 도움이 된다』
◎대권 어록/“가난한 선거 치러 국민에 감동줘야”
◇『지금까지의 지도자들은 일제시대 교육을 받은 비한글세대였지만 문민 2기는 한글세대가 주역이 될 것이다』(6월18일, 일본기자클럽 회견)
◇『다음 대선에서 수도권과 영남권을 잇는 벨트에서 표의 응집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 신한국당 후보가 되는 것이 좋다』(11월7일, 대구지방언론 간담회)
◇『나는 신한국당후보가 되지못해도 끝까지 당을 지킬 것이다. 탈당으로 본다면 나는 가능성이 맨마지막인 사람이다』(10월24일, 신문로포럼 강연)
◇『가장 깨끗한 선거, 가난한 선거를 치러서 신한국당을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감동받고 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11월13일, 강진·완도지구당 개편대회)
◇『국가통치의 시대에서 21세기 국가경영관리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국가경영관리의 목표는 부국강병과 부국안민이다』(11월20일, 저서 「신국부론」)
◇『김영삼 대통령은 지금까지 민심의 대세를 거스른 일을 한 적이 없다. 신한국당 대선후보선출에 있어서도 결코 민심을 거스를 분이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12월9일, 일본와세다대 특강)<정리=김광덕 기자>정리=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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