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통합 큰 걸림돌 제거유럽연합(EU) 15개국 정상들이 13일 아일랜드 더블린 회담에서 「예산통제협약」에 합의, 99년 EU 화폐통합을 향한 길목에 놓여있던 큰 걸림돌을 제거했다. 화폐통합 이후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회원국에 대한 벌금부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이 협약은 통합화폐(유로)의 가치저락을 방지하는 것이 그 취지다.
즉 단일통화체제하에서 회원국들이 과도한 예산적자로 인플레가 치솟고 통화가 불안해질 경우 단번에 역내 전체에 파장이 번져 화폐통합, 나아가 EU 통합의 근본적 의미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협약은 전적으로 독일의 주장으로 이뤄졌다. 미 달러화와 1대1 정도의 교환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EU 통합화폐의 가치가 떨어져 역내 경제권에 혼란이 가중되면 상대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 독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결과 독일국민중 3분의 2가 마르크화의 포기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독일정부는 그동안 통합화폐의 가치하락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EU의 화폐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처럼 회원국들에게 은근히 위협을 가해왔다.
프랑스를 위시한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독일의 주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엄격한 제재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특히 프랑스는 긴축예산하에서는 경기부양책에 제한을 받게 돼 고질적인 실업이 더욱 가중되고 사회적 소요가 심화할 것을 우려, 반대에 앞장서 왔다. 벌금부과 등 제재에 융통성을 두자는 주장이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앞으로 단일통화체제에 가입하는 회원국들은 화폐통합후 재정적자가 국민총생산의 3%를 초과할 경우 「자동적으로」국부의 0.2∼0.5%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작년도 예산적자를 기준으로 할 경우 프랑스는 59억달러, 이탈리아는 42억달러, 스페인은 21억달러의 벌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다만 재정적자폭이 3%를 넘더라도 자연재해 등 비정상적인 환경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2%포인트 이상 떨어졌을 때는 벌금을 무조건 면제하고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0.75∼2%포인트 하락했을 경우는 벌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정치적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동안 회원국간에 심한 갈등을 빚었던 예산통제협약에 관한 협상이 이날 타결됨으로써 EU의 또다른 현안인 마스트리히트조약 개정도 한결 가속도가 붙게 됐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