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노동관계법 개정문제와 관련하여 13일 계획했던 단위노조들의 4시간 시한부 파업을 유보키로 한 것을 환영한다. 특히 민노총이 이와같은 결정을 내린 뒤에는 서울시 지하철, 한국통신, 부산교통공단(지하철), 병원노련, 현노총 등 대단위 공공·민간노조 및 상급단체의 신중한 선택이 중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고무적이다.이들 노조들은 하나같이 국민경제와 생명에 사활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익사업체와 기간 산업체의 노조들이다. 과거 과격한 합법 또는 비합법적인 파업 등 노동쟁의로 노사 쌍방에는 물론 국민경제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던 소위 강성노조들이다. 이들이 『명분이 약하고 시기상조다』는 입장에서 자제를 선택하고 결국 민노총의 파업유보 결정을 주도한 것은 강성노조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들 노조들과 민노총은 자신들의 목표만을 고집하는 「투쟁을 위한 투쟁」이라는 인상을 주는 투쟁일변도의 자세를 완화하기 시작한 것 같다. 차제에 민노총과 그 주요단위노조 및 상급단체들이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사용자 및 정부와 타협을 이룩할 수 있는 합리적인 협상 상대자임을 입증해 줄 것을 기대한다.
사실 민노총이 이번 노동관계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적인 면이 없지 않다.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핵심은 복수노조의 허용과 정리해고제의 도입이다. 복수노조의 허용은 지금까지 법외노동 단체로 시련을 겪어왔던 민노총에 대해 기존의 유일한 합법적 전국 단위노조인 한국노총과 동등하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민노총은 이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가. 노동관계법 개정은 바로 그들의 숙원을 해결해 주자는 것이 주요 목적의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에게 불리하고 사용자에게 유리한 정리해고제도 허용된다고 해서 노동법개정 그 자체에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극단한 집단이기주의를 드러내는 것이다. 정리해고제는 조건이 엄격하기는 하지만 대법원판례로서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판례는 점차로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완화되고 있는 것이 추세다.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민노총 등 노조는 정리해고제 그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보다는 그 집행의 조건을 놓고 협상하는 유연성을 보이는 것이 명분도 갖추고 실리도 도모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민노총과 그 주요단위노조들은 파업유보가 아니라 철회로 나와 주었으면 한다.
한편 한국노총도 오는 16일에 계획하고 있는 시한부파업을 철회하기를 바란다. 노조간의 선명성 경쟁은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거꾸로 당해 노조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노조들도 노동관계법 개정의 연내제정에 협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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