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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우리조국이 아니다”/송대수 베이징 특파원(특파원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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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우리조국이 아니다”/송대수 베이징 특파원(특파원 수첩)

입력
1996.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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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나 중국의 동포문제가 자주 불거진다. 좋은 일 보다 나쁜 일과 어려움이 많은 우리 동포의 현실은 연민에 앞서 우려를 갖게 한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에는 2,300만명이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고 중국의 조선족 200여명은 돈을 찾아 나섰다가 사기를 당했다고 아우성이다.북한에서 들려오는 아우성은 처절하다. 평양시내에 식량은 고사하고 소금이 떨어져 김장을 못담그고 간장배급이 3분의 1로 줄었다. 어린이들이 배가 고파 풀을 뜯어 먹어 배가 남산만하고 얼굴에는 버짐이 피고 눈꼽이 덕지덕지 붙어있으며 소화제와 항생제가 제일 필요한 물건이 됐다.

북한 만포에 사는 여인들이 압록강을 건너와 몸을 팔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가 막힌 현실이다.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차관급인사가 귀국에 앞서 한국인에게 편자환 2갑만 사달라고 조르는 현장이 목격되기도 했으며, 베이징(북경)시장 어느 곳을 가도 살 수 있는 두부를 보고 놀라는 북한 여성을 만나기도 했다.

북한에서 외화벌이를 나온 한 인사는 술이 취해 『우리 체제가 배가 고파 무너진다고요? 천만의 말씀 마시오. 조선은 유사 이래 배불리 먹어본 일이 없는 동네요』라고 넋두리를 늘어놓다가 『남조선이 쌀을 주었는데도 북한이 감사할 줄 모른다고 비판하는 모양인데, 원래 사회주의라는 것이 무엇이요. 있는 놈 것 빼앗아 평등하게 갈라 먹고 살자는 것 아니요』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중국에 살고 있는 200만 조선족문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들의 가슴에는 한국에 대한 멍이 들고 한이 서려 있다』고 원망한다. 「페스카마」호 참극은 우리 조선족 사회를 한국과 완전히 이반시켜 놓았다. 빚까지 얻고 이혼까지 하며 돈벌이를 나섰다가 몸버리고 사기 당하고 좌절한 수많은 동포들에겐 이제 허탈감과 악만 남았다.

그래도 그동안 조선족이면서 중국국민이라는 의식의 틈에서 자신들의 위상과 처지를 저울질해 왔다. 그러나 이젠 틀렸다. 획기적인 치유책이 취해지기 전에는 이들을 우리 동포로 끌어안기 힘들게 됐다.

옌볜(연변)일보 한 간부는 기자를 만나자 마자 과격한 말로 한국을 비난하고 『우리의 조국은 중국이지 한국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조선족들은 묻고 있다. 한국인들은 생각해 보았느냐고. 중국땅 곳곳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바친 이들의 후손이 얼마나 되는가를, 또한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중국땅에 발 붙이고 활개칠 수 있었는가를.

13억 인구, 56개 다민족이 모인 중국은 이제는 먹는 문제에서 해방됐고 더 잘살아 보자고 용트림하고 있다. 단일민족이라면서 통일도 요원하고 절반 가량이 굶주리는 현실이 부끄럽다. 『한국을 조용히 지켜보겠다』는 조선족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지금 무엇을 잃고 있는가를 성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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