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호흡·기공인구 수십만명/과학계는 ‘에너지’ 연구/건축선 ‘신풍수’ 등장도기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단전호흡 기공 등 기에 심취한 사람이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관련서적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기음료 기찜질방 등 기의 원리를 이용했다는 신종 상품 및 사업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직장 동료들끼리 동호인모임을 만들어 기전문가를 초빙, 강습을 받거나 수련을 하는 사례도 많다. 기수련을 통해 체험한 영감을 자신의 예술세계에 펼쳐 보이는 예술가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묘지풍수의 테두리를 벗어난 신풍수 이론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기운을 고려했다는 음양오행 아파트가 화제를 모으고 있고 기의 흐름에 따라 내부장식을 한다는 풍수 인테리어가 각광을 받고 있다. 옛 조선총독부 철거, 남산의 지맥 복원 등 일제의 풍수 훼손에 따른 국토의 상흔을 원상회복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성급한 기연구자들은 『21세기는 기의 시대이며 기를 잘 아는 민족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불치병 난치병 등 현대의학으로 치유할 수 없는 각종 질환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에요. 건강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는 얘기죠. 정신적 빈곤감도 한몫을 한다고 봐야겠습니다.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반작용이죠. 또 최근에는 고상한 취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송순현(46) 정신세계원 원장은 우리사회의 기열풍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하지만 과욕을 부려 무리한 수련을 하게 되면 오히려 몸을 망치기도 하고 현실을 완전히 등져버리는 등 부작용을 낳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우리사회의 기바람은 수련단체의 눈부신 팽창에서 실감할 수 있다. 80년대 초반 기를 유행시킨 김정빈의 장편소설 「단」 이후 단학선원 연정원 등 각종 수련단체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단학선원은 전국적으로 300여개의 지원을 두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도 11개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단학선원을 거쳐간 수련자는 2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국선도는 60여개의 지부를 두고있다. 국선도측은 지금까지 40여만명의 수련자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 못지않게 과학자를 중심으로 한 기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신비주의자들의 입에나 오르 내리는 미신정도로 취급돼 온 기에 대해 과학자들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단체로 한국정신과학학회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 학회의 연구대상은 생체 기과학, 시공간 기과학, 초능력, 투시력 등 현재의 과학으로는 쉽게 풀 수 없는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기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우리나라에서만 뜨거운 것은 아니다. 중국 일본은 물론 서구에서도 전통적인 과학연구단체들이 기를 본격적인 연구주제로 삼고있다. 일본 소니사는 기연구실을 설치해 놓고 있고 일본공업진흥협회에서는 이미 4년전부터 「기에너지 응용실용화 위원회」라는 기구를 발족시켜 기의 산업적 이용과 새로운 에너지 개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기에너지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을 정도로 기에 대한 연구속도가 놀랄 정도다.
지기를 활용하는 풍수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이 풍수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가 하면 환경운동이나 생명운동을 하는 사람들, 동양철학 연구자들, 건축이나 도시조경 등을 공부하는 일부 전문가들이 풍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부 폐해에도 불구하고 풍수가 갖는 건강성을 살리면 국토의 합리적 이용이나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데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기 열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않다. 월간 「건강 단」의 관계자는 『기가 유행을 타면서 나온 일부 서적중에는 본인이 직접 체험하지 않은 내용을 흥미위주로 적거나, 일본 중국 대만 등의 서적을 무조건 베낀 경우도 적지않다. 기를 돈벌이에만 악용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 라고 지적했다.
◎기 수련하는 유명인사들/정주영 회장대권도전때 입문/최종현 회장전사원에 단학훈련/조순 시장제자권유로 첫발/가수 송창식기로 목소리 연마/가수 김도향명상음악 권위자/개그맨 장두석‘명상센터’ 운영
『기수련(단전호흡)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고혈압이나 불면증이 깨끗이 없어지고 얼굴에 검버섯이 사라지는 등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입니다』 『명상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초자연 신드롬은 일반인에게만 부는 것은 아니다. 재벌그룹 회장이나 정치인, 문화예술인 등 유명인사들 중에도 단전호흡과 명상 등 기의 세계에 심취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특히 단학선원 설립자인 이승헌 대선사는 고위 인사들에게 단전호흡법을 직접 가르친 것으로 전해진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 조순 서울시장 등이 바로 이씨의 「제자」들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92년 대선직전 국민당 대표로 있을때 단전호흡을 배웠다. 비서를 보내지 않고 자신이 직접 이씨를 찾아가 단전호흡 지도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부탁을 받고 3개월동안 상오 6시면 어김없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집을 찾았다고 한다.
최종현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기수련 옹호자이다. 회사에 수련장과 심신수련 담당과장을 두고 모든 사원에게 단학수련을 시키고 있을 정도다. 최회장은 이씨에게서 3년동안 개인수련을 받으면서 지병이었던 고혈압과 불면증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한다. 조순 서울시장은 이씨에게서 단전호흡을 배운 서울대 상대출신의 제자가 적극 권해서 기의 세계를 접하게 됐다. 조시장 역시 3개월동안 새벽마다 이씨로부터 기수련 지도를 받았는데 빠지거나 지각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정치인들 중에도 기수련을 쌓는 사람들이 많다. 이기택 민주당대표는 요가를 통해서, 신기하 이길재 의원(국민회의)은 생활참선으로 기를 닦고 있다. 서상목 의원(신한국당)도 4년동안 상오 6시부터 1시간가량 단전호흡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인사중에도 많다. 가수 송창식씨가 기의 세계에 심취했다는 것은 오래전에 알려진 얘기. 그는 주로 집에서 수련을 쌓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전문가들은 『그의 목소리에는 강한 기운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가수겸 MC 박상규씨도 기찜질을 통해 허리통증을 고쳤다고 한다. 가수 김도향씨는 명상음악의 권위자로 통한다. 그는 『명상음악을 통해 신체리듬을 조절하고 신비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채 도사」로 잘 알려져 있는 개그맨 장두석씨는 2년전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오쇼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명상에 심취해 있다. 83년 책을 통해 우연히 명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그는 『세상살이가 워낙 복잡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주기 때문에 심신의 안정을 위해 명상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있다. 그렇다고 과시욕이나 현실을 등진 상태에서 명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탤런트 윤동환씨도 요즘 명상에 심취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전호흡 하는 여대생 한상경씨/“스트레스도 풀고 피부도 고와져요”
7일 상오 10시30분 단학선원 안국지원 수련장. 명상음악이 은은하게 흐르는 가운데 가부좌를 튼 20여명의 기수련자들이 합장 자세로 단전호흡에 열중하고 있다. 거기에는 신세대 여대생 한상경(25·방송대 가정학과 4년 휴학중)씨도 포함돼 있었다.
『머리가 맑고 시원하며 아랫배가 따뜻한 상태가 가중 중요한 건강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반대로 머리가 뜨겁고 아랫배가 차면 몸이 좋지 않다고 봐야해요. 단전호흡은 아랫배를 따스하게 하고 머리를 차게하는 데 제격입니다』
단전호흡은 배꼽아래 약 3㎝ 부근의 단전에 정신을 집중해 아랫배를 부풀리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아랫배를 밀면서 숨을 서서히 내쉬는 호흡법으로 단학수련의 일종. 한씨는 건강과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수련을 하는 신세대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귀띔한다.
그가 단전호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오빠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 한쪽 다리의 인대를 심하게 다쳤는데 정형외과와 한방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아도 효험을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친구의 소개로 단학수련을 하면서 자연치유력이 생겨 보란듯이 나았어요. 그 때부터 저도 단학수련을 시작했죠』
장기능이 안좋고 잔병치레를 많이 했던 그는 단전호흡을 하면서 스스로 느낄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이후 부모님도 단전호흡을 시작해 군에 있는 막내동생을 제외한 온가족이 단학수련을 하고 있다. 『단전호흡은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수련할 수 있어 스트레스와 잡념을 씻어내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괜한 피해의식이나 자만심도 없어지죠. 숙변이 제거되고 피부가 부드러워져요. 노이로제 우울증 등 심인성 질환에도 도움이 되는 것같아요』
한씨는 단전호흡이 마치 초능력을 갖게 해주는 것으로 오해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라고 나름대로 기 수련을 통해 느낀 바를 강조했다. 아랫배에 무리하게 힘을 주다보면 탈장현상이 생길 수 있고 명치부분에 힘이 들어가 머리가 어지럽고 멍한 「상기현상」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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