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좌파성향 탈색/국정전반 보수색 덧칠20여년만에 스페인에 우파정권을 부활시킨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43) 총리는 5월 집권이후 국가의 체질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13년간 유지돼 온 스페인의 좌파성향을 보수일색으로 바꾸어놓기 위해서다. 아스나르 총리의 이같은 변신모색은 조용한 행보속에 이루어지고 있다. 아스나르가 「평범한 것이 위대하다」는 평소 소신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국내적으로는 고실업률, 재정적자 등 당면한 경제현안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공공기업을 매각하는 대규모 민영화계획과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및 사회복지제도의 개선을 추진중이다.
바스크 분리주의자 등 스페인내 독립세력들에 대한 반대입장도 분명하다. 온건중도를 표방해 총선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극우보수에서 탈피하지 못한 그로서는 소수민족의 분리주의운동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사부문에 정식 가입하는 등 친유럽연합(EU)·친미노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반면 사회당이 추구해 온 외교노선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태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아스나르는 이달초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에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을 직접 비난했으며 이를 계기로 양국이 외교전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열적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일반적인 스페인 국민성과는 달리 무표정하고 냉정하며 경직된 이미지를 가진 아스나르가 집권에 성공한 것은 냉전이후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민족주의 고조의 영향이 크다.
또한 아스나르 자신의 이미지변신 노력도 한 몫했다. 그는 3월 실시된 총선에서 극우보수에 가까웠던 국민당의 노선을 중도우파로 수정하고 자신도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해 국민에게 다가갔던 것이다.
그는 그러나 정국운영의 확실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과반수의석을 확보하는데는 실패, 여전히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의식해야 하는 입장이다.
아스나르 총리에게는 「프랑코 총통 망령 부활」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면서 내치와 외교에 우익색깔 입히기를 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조희제 기자>조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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