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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지·불어 ‘필수’/유엔총장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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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지·불어 ‘필수’/유엔총장 되려면…

입력
1996.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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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후보 없어 갈리 후임 선출 난산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를 대신할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안전보장이사회는 아프리카에서 추천한 4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10, 11일 이틀동안 모두 5차례의 투표를 실시했으나 총장선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차기 사무총장선출은 현 임기를 20일도 남기지 않은 촉박한 시점에서 심각한 교착상태에 빠졌다.

유엔헌장은 총장선출을 위한 투표절차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안보리는 비공식투표를 통해 거부권이 없는 9표(3분의 2) 이상을 얻는 후보가 나올 경우 공식투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투표는 무기명비밀이지만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은 투표용지의 색깔을 달리해 놓아 거부권행사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4명의 후보 중 코피 아난 평화유지담당 사무차장이 10∼12표를 얻어 득표수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나 거부권이 1표씩 계속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안보리는 12일에도 같은 후보 4명을 놓고 재투표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투표에서도 아난에 대한 거부권이 거두어질 전망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은 프랑스가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5차례나 거부권을 던졌던 프랑스가 이를 번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아난도 차기총장이 되기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프랑스는 아난이 총장후보로 거명되기 전부터 그가 프랑스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명백히 해왔다. 또한 부트로스 갈리의 연임을 옹호, 미국과 반대되는 입장을 견지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프랑스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프랑스가 중시하는 총장의 자격요건인 것이다. 이는 유엔내 공용어 중 하나인 프랑스어에 대한 국가적 자존심의 표현이자 정치적 이유로 부트로스 갈리를 거부하는 미국에 대한 제동 내지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현실적 가능성은 ▲새로운 아프리카 후보의 추천 ▲비 아프리카 지역후보 물색 등이다. 11일 안보리회의에서는 부트로스 갈리의 임기연장이라는 타협안이 다시 거론됐으나 미국이 단호한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론적으로는 총장이 공석인 채 대행체제로 가거나 총회에서 일방적으로 새 총장을 선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는 아직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겨진다.<뉴욕=조재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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