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보다 도전’ 전례없는 변신/총선 약진 세 불리며 DJ와 공조 대여 투쟁/야 단일화·내각제 주창에 실현여부 엇갈린 시선「약진에 이은 상승세」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올 한해 정치역정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4·11총선과 국회개원협상, 야권공조를 통한 대여투쟁 이미지 부각등으로 그는 어느덧 명실상부한 야당총재로서의 발판을 굳혔다. 비록 제3당이지만 49명의 소속의원을 확보하고 있고, 그것도 충청권 외에 대구·경북·경기·강원지역까지 지지기반을 넓혀 나름대로 세를 형성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 2월 국회의원 5명을 이끌고 민자당을 박차고 나와 자민련을 창당했을 때와는 엄청난 세변화이다.
김총재가 자민련을 창당한뒤 신민당과 합당, 가까스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을때도 그의 「홀로서기」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하지만 6·27지방선거를 발판으로 약진을 거듭, 4·11총선에서 무려 50석이란 의석을 확보하면서 「파워 JP」로의 위상을 굳혀갔다.
국회 과반수의석 확보를 위한 여권의 야권흔들기는 그에게 「순응」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야성 이미지강화라는 동인으로 작용하는 계기가 됐다. 소속의원중 한명을 제외하고, 추가이탈자 없이 「자민련둥지」에 묶어놓은 것도 그의 정치적 리더십이 발휘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총재는 이를 계기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손잡고 본격적인 대여투쟁의 길로 나섰다. 야권공조의 시작이었다. 그가 DJ와 손잡은 것은 그의 정치인생에서 처음이자, 새로운 시도였다. 이념과 성향에서 이질적인 두사람이었지만 현재까지의 야권공조과정에서는 이를 무난히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독개원 저지투쟁으로 출발한 야권공조는 노원구청장 재선거와 오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이어지면서 더욱 굳어졌다.
이로 인해 자민련은 정국의 3각체제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JP는 자연스럽게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함께 「신3김시대」를 구가했다.
그는 올 한해동안 줄기차게 내각제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창했고, 최근에는 「DJP단일화론」을 조기공론화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3당 합당에 참여한 데 이어 또다시 국민회의측과 권력분점을 통해 「공동집권」을 구상하고 있는 것은, 내각제를 명분으로 내세운 그의 집요한 권력욕의 산물일 것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평소 순리와 상식을 강조해온 김총재는 올 한해동안 과거 정치역정에서 보여준 「바람부는대로, 물흐르는대로」의 순응행보가 아닌 정면돌파의 도전과 응전을 조화한 「새로운 JP상」을 유감없이 발휘한 한해였다.
◎97대선과 JP/공들인 ‘내각제 알’ 부화에 성공할까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얼마전 「줄탁동기(구 졸탁동기)」라는 내년 신년휘호를 공개했다.
「줄탁동기」는 병아리가 알속에서 껍질을 두드려 신호하면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주는데 그 시점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뜻. 평소 말을 아끼는 그가 내건 짧은 휘호에는 내년 대선정국과 관련된 많은 뜻이 함축돼있다. 그중에는 내년 대선정국에서 튼튼한 야권공조를 바탕으로 반드시 후보단일화를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내각제 개헌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도 포함돼있다.
그러나 다가올 대선정국은 병아리가 부화하듯 그렇게 「자연스럽게」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역설적이지만, 그럴수록 김총재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JP는 최근 『내년엔 반드시 야권후보단일화를 이뤄야 한다. 단일화 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여기에는 국민회의와의 밀월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란 확신이 깔려있다.
하지만 자신과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중 누구로 단일화하느냐는 근원적 문제에 대한 해답은 불분명하다. 그는 또 『욕심과 사를 버려야 한다』『목수는 집만 지어주지 그 집에 살진 않는다』는 말도 한다. 마음을 비웠다는 뜻이지만 이 또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행보로 미뤄 그 역시 내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점이다. 여론조사와 표분석 등을 통해 판세를 읽으면서 선거직전 혹은 선거막판까지도 일단 여권후보 및 국민회의 김총재와 서로 세를 과시하면서 대권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따라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식의 공조쌍곡선을 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신한국당과의 제휴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것 같다. 이과정에서 내각제개헌이라는 그의 일념은 여든 야든 어느쪽으로나 줄을 댈 수 있는 「꽃놀이패」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여권과 국민회의쪽의 최대 취약지인 대구·경북(TK)에 대한 일정 지분도 그에게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8문 8답/“야 단일화 정권교체 명제/통일전 북 변화시간 필요”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덕목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거기에 합치되는 자질과 위기관리능력이 있어야된다. 독단과 전횡을 일삼는 성격은 안된다. 인성이 따뜻하고 국민들의 눈물과 고통, 아픔을 함께 닦아주고 치유해주는 그런 인성과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 사심이 없어야 하고 늘 현재에 서서 내일을 꿰뚫어보는 비전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최근 경제난을 해결하는 방안은.
『우리 경제구조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각 기업들이 과감한 구조개선을 해야한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합리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병행해서 추진했어야한다. 지난 4년간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깊숙이 개입, 경제를 흔들어 놓았다. 경제는 경제논리에 맡겨야 한다』
―통일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옳은가. 향후 대북정책은.
『그동안 나왔던 「한민족공동체」나 「3단계 통일론」 등은 그 허구성이 드러났다. 남북한 접촉은 중단없이 유지하되 완전히 이질화한 상호신뢰성과 동질성을 축적하면서 끈질기게 한발짝식 접근해야 한다. 베트남식 무력통일은 절대 배격해야 한다. 예멘식 통일지상주의도 안된다. 때가 되니까 스스로 장벽을 무너뜨리고 서로 합친 독일식 통일을 본받아야 한다. 특히 갖가지 통일 후유증을 합리적으로 소화해낸 독일의 경우처럼 통일될 때까지 평화공존속에 북쪽에는 변화의 시간을 주고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선까지 제2의 경제도약을 이뤄야 한다』
―현행헌법의 대통령단임제에 대한 견해는.
『단임제나 중임제 각기 장단점이 있다. 미국방식을 다 따올건 없지만 미국은 4년 중임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나는 일단 5년 단임제보다는 4년 중임제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각책임제를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5년단임이건 4년중임이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정부의 개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선 뭘 해보려고 노력하는건 인정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제대로 매듭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혁은 어떤 경우든 국민과 더불어 해나가야 비로소 체질화, 생활화, 토양화될 수 있다. 현정부의 개혁은 구호만 떠 있다. 조용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사정차원에서 개혁을 하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지않으면서도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합리적으로 떨궈주는 게 개혁이다. 시한을 정해놓고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선인들이 지적한 「일일신 우일신」이란 말처럼 더나은 생활을 위한 몸부림속에서 개혁도 하나하나 곁들여지는 것이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전망은.
『전망을 얘기하기는 좀 빠르다. 우선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수직적 정권교체는 더이상 의미가 없고 이젠 정치적 개혁을 해야 할 때이다. 여야가 바뀌어 책임정치를 이루려면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야 한다. 정권교체를 바란다면 단일후보를 내는 것이 명제이다』
―당에서는 언제 경선절차를 밟을 것인가.
『내년 6월전후가 될 것이다. 빠르면 그전이 될 수도 있고 늦으면 그 즈음이나 그후가 될 것이다. 시기자체는 여러 추이를 지켜보면서 맞출 생각이다. 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을 생각이다』
―여권의 대선후보 선출에 대한 전망은.
『남의당 얘기를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바람이 있다면 더이상 다른문제를 내놓지말고 이제까지 하려했던 것들을 조용히 마무리지어달라는 것과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후계자를 선정, 꼭 당선시키려는 과욕을 버리라는 것이다. 여당에서 8∼9명, 혹은 그 이상 될 것으로 보는데 몇명이 되건 당절차에 따라 후보를 선출해야한다. 그러면 금권선거 등 무리한 악순환이나 후유증도 없을 것이고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대권 어록/“나는 원래 JPK/그렇게 불러달라”
◇『툭하면 세대교체를 얘기하는데 「이스라엘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메이어 수상은 74세에 수상을 했다』(5월17일 대구 신명여고 강연)
◇『초저녁에 우는 닭은 제대로 된 닭이 아니다. 새벽이 오면 온 천지에 새벽이 왔음을 알릴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9월12일 대전·충남 시도의원간담회)
◇『일단 내년에는 내각제 개헌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당차원에서 현행 선거법에 따라 후보를 낼 것이다』(11월1일 월례조회)
◇『나는 원래 JPK로 불렸다. 앞으로 Just President of Korea(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 대통령)라고 불러달라』(11월25일 당홍보위원회 보고회의)
◇『야권 후보단일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단일화가 되면 우리가 이긴다. 만약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2년3개월정도만 하고 대통령직을 사퇴한 뒤 15대 국회 임기말께 내각제개헌을 실현하겠다』(11월27일 주간한국과 인터뷰)
◇『야권 단일후보는 전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가능성이 있어야하고 약속을 지킬 줄 알아야 하며 무엇보다 내각제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 돼야한다』(12월6일 부산 기자간담회)<정리=홍윤오 기자>정리=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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