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이제 우리는 ‘덩치만 큰 애들’이 아니랍니다17세. 세상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어른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나이. 「나이를 좀 덜 먹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17세 짜리와 그들이 「덩치만 큰 애」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생각은 언제나 어긋나게 마련이다.
자꾸만 어긋나는 두 세대의 생각의 갈피를 조심스럽게 묶어주는 매듭이 필요하다면 MBC 청소년 드라마 「나」(수요일 하오 7시45분)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변두리 남녀 공학 고교의 방송반. 단발머리에 희고 고운 얼굴을 가진 「빈혈형」 여학생, 그를 좋아하면서도 속을 태우는 여드름 남학생. 이런 「고전적」 인물 구도는 이미 파기된지 오래다. 여학생들은 교복치마로 부채질을 하거나(송은영), 머리카락을 살짝 노란색으로 물을 들이기도 하고(최강희), 「왕당파」기질이 있어 선생님께 고자질까지 하는(허영란) 일이 많다.
반면 남학생들은 1년 선배를 좋아하면서 마음 고생을 하고(김수근),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거나(김준), 불량배들에게 혼쭐이 나도 보복이 무서워 입을 꾹 다물고 있는(김두환) 불쌍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나」의 진정한 매력은 이런 신세대형 인물 설정만이 아니다. 이들이 세상과 만나고, 부딪쳐 가는 모습은 그들이 어른과 마찬가지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새삼스런 진실을 확인해 준다.
이들이 세상을 보는 법을 보자. 교사들과 학생들을 가장 걱정하게 만드는 학교 폭력. 학생주임 교사는 교내 방송에 출연, 『여학생들은 야간자습이 끝난 후 여럿이 뭉쳐 귀가하고, 남학생들은 당구장이나 비디오방 같은 우범 지역에 가지 말 것』을 당부한다. 학생들은 얘기한다. 『저런 얘기는 누가 못해』 그러자 또다른 학생이 『저런 얘기라도 해야지, 선생님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냐』고 한마디.
이제 이들은 어른들이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사실 뿐 아니라 그들이 「어쩔 수 없는」 벽에 부딪쳐 있다는 사실까지 눈치 빠르게 알아채고 있다.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교사들의 코믹한 캐릭터, 인물의 「전형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참 재미있는 드라마다.<박은주 기자>박은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