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등 절차 안거치고도 변칙상장 성공한솔그룹은 최근 물류사업권 양도를 통해 한솔유통을 변칙 상장하는데 성공, 기발한 재테크 수완을 과시했다.
최근 인수한 상장사 영우통상에 한솔유통의 뼈대인 물류사업을 양도, 까다로운 합병절차를 밟지 않고도 상장요건에 미달되는 한솔유통을 변칙 상장하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한솔유통이 하루아침에 영우통상이란 이름의 상장사로 둔갑한 셈이다. 이에따라 12일 영우통상 주가는 상한가(1만7,300원)로 뛰어올랐다.
그동안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온 한솔그룹의 뒷심은 비상한 파이낸싱기법. 한솔은 대량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 기업을 인수한뒤 다시 인수기업 명의로 CB를 발행, 또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94년이후 무려 6개기업을 삼켰다. 전세를 주고 전셋돈으로 내집을 늘리는 방식이다.
CB는 발행후 6개월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전액 자본금이 돼 그만큼 증자효과를 보게 된다. 93∼94년 3월중 한솔제지는 5차례에 걸쳐 1,000억원의 CB를 발행한뒤 같은해 4월 동창제지(현 한솔판지)를 인수했고 5월에는 500억원의 CB를 추가로 발행, 다음달인 6월 동해투금(한솔종금)을 공개매수하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기업을 인수한 첫사례였다. 95년2월에는 한솔제지가 300억원의 CB를 발행, 4월 영우화학(한솔화학)과 한국마벨(한솔전자) 을 잇따라 인수했고 6월에는 한국마벨 명의로 CB 100억원어치를 발행, 9월22일 광림전자공업(한솔텔레콤)을 사들였다.
최근 인수한 영우통상도 5월과 이달초 총 200억원의 CB를 발행, 자본금을 늘리는 수법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넘겼다. 94년이후 3년째 자본잠식을 기록해 상장폐지될 운명이었던 영우통상이 CB발행으로 간단히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난 것이다.
이번에는 껍데기나 다름없는 영우통상에 한솔유통의 핵심사업을 고스란히 넘겨 납입자본이익률 등에서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 한솔유통이 사실상 상장되는 효과를 거뒀다. 뛰어난 재테크 수완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셈이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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