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폐증 남편잃고 아들마저 매몰/20년 광원 남편 11년 투병 94년 사망/언어장애 맏아들 3년전 광원의 길/“그렇게 만류했는데” 갱도입구 오열『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12일 하오 강원 태백시 연하동 한보에너지 통보광업소 북부갱도 입구에서는 안타까운 모정이 울부짖고 있었다. 매몰광원들 중 가장 젊은 후산부 김동석(26·강원 태백시 상장동)씨의 어머니 손귀옥(55)씨였다.
동석씨는 세 아들중 장남. 선천성 언어장애인인 동석씨는 장애 때문에 중학교 밖에 마치지 못했다. 손씨는 그런 아들이 안쓰러워 그동안 무슨 일이든 원하는대로 해주었다.
그러나 3년전 광원이 되겠다는 말에는 한사코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광원이었던 남편 김천하씨 규폐증으로 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이 곳 태백에서 20년동안 광원으로 일하다 11년을 시름시름 앓은 끝에 94년 5월 55세로 숨졌다. 하지만 아들을 이기는 어머니는 없었다. 동석씨는 결국 아버지를 이어 광원으로 취직했고 지하막장에서 탄가루를 마시며 번 돈으로 서울에서 자동차정비업을 배우는 동생들을 뒷바라지해왔다.
이제 동생들도 서울에서 취직해 돈을 벌어 손씨가족은 나름대로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진 것이 별로 없었지만 손씨가족은 남에게 베풀며 살아왔다. 손씨는 적십자 부회장일을 맡아 하면서 동네의 궂은 일을 앞장서서 챙겼다.
그런 손씨에게 아들이 지하갱도에 매몰됐다는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아들은 아직 총각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충격 속에 남편과 맏아들의 얼굴이 겹쳐 떠올랐다. 손씨는 『남편을 떠나보냈지만 아들만큼은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손씨는 갱도입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태백=이동훈 기자>태백=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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