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없는 잇단 강경책/팔이 평화공존 먹구름96년 중동 평화협상은 한마디로 파장 분위기였다. 93년 오슬로협정 체결이후 이어진 공존과 화해의 기운은 사라지고 갈등과 반목만 분출됐다.
협상 구도를 단번에 퇴행시킨 장본인이 바로 골수 반 아랍주의자 벤야민 네탄야후(47) 이스라엘총리다.
독불장군식 시오니스트의 전형적 표상인 그는 정권창출 과정부터 파란을 몰고 왔다. 사상 첫 총리 직선(5월말)이 실시되기 3개월 전까지만해도 그는 여론조사 결과 노동당 후보인 시몬 페레스 당시 총리에 20%포인트차로 절대 열세를 보였다. 그러나 선거막판 회교 저항운동 세력 하마스의 잇단 자살폭탄 테러로 우경화한 이스라엘 여론을 등에 업고 극적 역전승을 창출했다.
4년만에 리쿠드당의 정권 재탈환에 성공한 네탄야후의 강경 우익 색채는 정권초기부터 노골화했다. 초기 내각에 입각한 18명의 각료중 16명이 대아랍강경파인물로 채워진데 이어 ▲팔레스타인 국가건설반대 ▲골란고원의 시리아 반환 불가 ▲정착촌 확대 등의 공세적 정책지침이 발표됐다.
이후 중동 협상은 파행으로 점철됐다. 당초 3월말까지 완료될 계획이던 헤브론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는 아직도 양측의 이견으로 미뤄지고 있으며 5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최종 3단계 협상 역시 착수조차 못했다. 네탄야후 정권의 비타협적인 태도가 협상의 숨통을 죄면서 팔레스타인의 좌절과 분노는 이 지역에 신 냉전을 유발했다.
특히 9월 예루살렘 터널 개통을 둘러싼 유혈충돌로 70여명이 사망하는 등 양측의 대립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는 제2의 인티파다(봉기) 분위기마저 감지될 정도다.
네탄야후의 강경 일변도 정책은 아랍권은 물론 유엔으로 대변되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촉발했다. 유엔은 4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통치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이스라엘의 오랜 우방인 미국도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현재로선 내년 중동 협상의 전망도 암울하다. 네탄야후가 「힘을 통한 안보논리」를 관철시키려 할 경우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의 극적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더욱이 내년에도 협상이 답보를 거듭할 경우 이는 오슬로 협정 무효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 협상의 칼자루를 쥔 네탄야후의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중동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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