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철원 비무장지대에서는 한 동물원이 그동안 사육해온 재두루미 9마리중 한 쌍을 날려 보냈다. 이 행사는 20∼30년새 우리나라의 포유동물중 20%, 조류 13%가 멸종돼가는 가운데 국제보호조이며 천연기념물 203호로 지정된 재두루미를 복원하려는 노력이었다.그러나 걱정과 회의가 생긴다. 방사에 앞서 한달동안 야생훈련을 실시했다지만 낯선 환경에서 날개짓이나 제대로 할는지, 또 두려움도 모르고 인간에게 접근했다가 사냥목표가 되지는 않을지…. 이미 지난 해 2월 철원에서 재두루미 한 마리가 방사된지 며칠도 안돼 트럭에 치여 죽은 일이 있었다. 자유와 해방의 상징인 새들에게는 치욕적인 일이었고 자연 속에서 살아 보라고 새를 날려보낸 사람들에게는 참담한 결과였다.
멸종위기종을 인공 복원한 예는 많다. 아메리카 들소와 대머리독수리, 사불상, 따오기 등은 마구잡이 포획으로 멸종 직전에서 생태계의 소중함을 깨달은 인류에 의해 복원된 동물이다. 18세기초만 해도 수천만 마리였던 아메리카 들소는 사냥꾼과 모피상의 목표가 돼 80여년만에 불과 100여 마리로 줄었다가 복원된 대표적인 동물이다. 최근 8만여 마리까지 야생에 복원하기 위해 미국정부는 야생동물보호법을 마련하고 몬태나주 일대를 서식지로 지정하는 등 100년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였다.
희귀종의 자연복원에 성공하려면 우선 서식환경을 조성하고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방사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무작정 한 두 차례 이루어지는 방사는 인간의 허영심만 충족시키는 일과성 이벤트에 불과할 뿐이다. 동물의 멸종은 중요한 문제다. 인간에게도 머지 않아 닥칠 재앙의 전조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동물을 동물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자세이다. 제대로 살 수 없는 환경에 새를 날려보내는 것은 자칫 새를 내버리는 것과 같을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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